| 제조사에 바란다 어떤 심리학자는 “관계는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화장품전문점과 제조사간의 관계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바람직한 모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접근에서부터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별 전문점은 물론 모임과 관련된 사람들까지 모두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커다란 문제가 놓여 있었다. |
화장품은 주로 내수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수입품이 많이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산 제품이 선전을 하고 있고, 차차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 피부에는 우리 화장품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쯤에서 한가지를 유추해 생각할 수 있다. 유통부문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단순논리로 제조부문과 유통부문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가를 수는 없다. 유기적 관계라는 측면으로 이야기하면, 제조사들이 뿌리라면 화장품전문점은 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것 하나만 없어도 화장품산업이 온전할 수 없다.
외국의 경우는 유통과 서비스 분야의 비중과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 나라도 산업구조가 점차 선진화됨에 따라 이런 현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점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화장품 관련 대기업에서 미용·건강 유통부문에 진출한 사실도 있다.
화장품전문점업계는 그 규모에 비해 내용면에서는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체 업계를 아우르는 협회의 조직이나, 선진경영기법으로 무장한 대형업체의 진출 등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것은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나 참신한 시도가 뒤따라야 할 문제겠지만 현재로선 종사자들에겐 다소 답답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본지에서 지난 7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전문점주들은 판매활성화를 위해 제조사가 판촉물 지원(38.4%)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그 외에도 수량에 따른 매입가 할인(27.6%)이나 입금 리베이트 제공(19.0%)을 바란다는 답변도 적지않게 나왔다.
이렇게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바라는 바가 명확하다. 하지만 정책적인 면으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조사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문점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와 유통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고,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잘라 말한 후 “전문점업계가 제조사에 바랄 것도 없고, 제조사가 들어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을 털어놓았다.
전문점 활성화 실질적 대책은 있는가
언뜻 생각할 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향장산업을 이끌어가는 동반자…’ 운운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파트너십이 있기는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 관계자는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서로 입장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겠죠. 그 때 어느 한 쪽이 양보할 것 같습니까? 완전히 적대적으로 돌아섭니다. 힘 있는 자가 이기는 게당연하죠.”
제조사들이 내놓는 시판 활성화 대책들에 대한 전문점업계의 반응은 대개 냉담하다. 하루이틀 나온 말도 아닌데 뻔하다는 것이다. 그 쪽의 입장을 더 들어보면 마진보장이나, 지역판매권보장 등의 정책은 엄밀히 말하면 중위권 제조사들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다. 즉, 판매가 저조해지고 가격질서가 문란해지면서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것에 따른 대응이라는 말이다. 그나마 대형 업체들이 내놓는 종합 브랜드들의 경우 안 들어가는 데가 없기는 여전한 일이다.
화장품 유통관련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제조사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관계로 치면 미묘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령 전문점들 입장에서는 제조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판매점과의 온라인 연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들을 수는 없었다.
전문점들의 체인화나 조직화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제조업계에 대해 전문점업계가 바라는 점은 놀랍게도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우리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해 달라.”
- 이봉구 기자 이봉구 viewsio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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