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제품의 생명은 얼마나 다양한 컬러를 갖추고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재빠르게 제품을 시장에 내놓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색조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러한 요소가 반대로 대리점에는 시즌별로 넘쳐나는 재고로 변신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제품과 달리 색조는 ‘컬러’ 하나 하나가 일종의 제품 역할을 한다. 아이섀도라고 해서 하나의 제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수십여종의 컬러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나의 제품으로 인정받아 매장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때문에 색조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은 기초제품의 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제품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하게 갖춰놓은 컬러들이 모두 고르게 판매가 이루어지기란 불가능한 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컬러와 유행컬러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제품들은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게 된다. 특히, 색조전문 브랜드는 ‘전문’이라는 특성상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 그대로 ‘구색’으로 각종 컬러와 제품을 갖춰 놓아야 한다. 결국 재고로 남게 될 것이 눈에 불 보듯 뻔히 보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비재고품’들을 모두 받아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색조시장이 점차 성장하면서 최근에는 컬러뿐만 아니라 제품의 유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섀도, 립스틱, 투웨이케익, 파우더 등만 갖추어 놓고도 일반적인 영업이 가능했다고 하면 요즘에는 립글로스, 립틴트, 펄섀도, 펄 파우더등 품목 또한 상당한 속도로 다양하게 개발돼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제형에 있어서도 스틱형, 크림타입, 파우더타입 등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
게다가 색조제품은 제품 사이클 또한 기초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기본적으로 1년에 4번 있는 시즌별 제품의 경우 길어야 제품 수명이 평균 3개월에 불과하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며 이러한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색조제품은 또 유행시즌이 지나면 재판매를 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상황이 맞물려 한 시즌이 지날때마다 대리점 창고에 재고품은 높게 쌓여만 간다.
대부분의 색조 대리점 운영주들은 “업체 입장에서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신속하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발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직접 물건을 받아서 영업을 하는 대리점 입장에서는 신제품 출시가 무조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신제품이 나오는 즉시 비슷한 유형의 이전 인기상품은 재고품이 되어 버리는데 어떻게 이게 기뻐할 일이 되겠느냐”라는 입장이다.
신제품 출시는 불황기에 전문점에서 단기적으로 매출을 상승시켜 주는 중요한 전략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1개월 내에도 몇 가지씩의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는 색조 대리점에게 있어 신제품 출시는 동시에 재고불안에 대한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다. 특히, 대리점 입장에서는 업체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자의와는 상관없이 일정부문의 제품을 모두 들여놓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리점의 고충은 업체와 전문점의 사이에서 날로 높아져만 간다.
뿐만 아니라 색조제품은 기초제품보다 시장진입이 수월하다. 때문에 최근 색조브랜드가 없던 메이저 업체는 물론이고, 중소업체들까지 다양한 색조브랜드를 출시하거나 해외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어 색조 대리점 사이에서는 “색조대리점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288호 기사)
- 신예진 기자 uriwang@csmt.co.kr 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