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여 정부의 인위적 구조조정 노력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얼마 있지 않아 스스로 쓰러질 수밖에 없는 기업이 나올 것이란 위기감은 언제부턴가 업계에 팽배해 있다. 이런 위기감은 잘 나가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체가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적인 수입자유화 조치에 따른 외국산 제품의 급속한 국내 시장 유입과 제2의 IMF로까지 일컬어지는 경제침체의 심화 속에 화장품업계는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 소비 및 설비투자가 축소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암울한 전망은 가뜩이나 어려운 화장품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R&D투자 게을리 하다 외국산에 ‘덜미’

물론 우리의 화장품산업이 이렇게까지 어려운 국면을 맞게된 것은 한두 가지 원인 때문만은 아니다. 화장품산업은 잘 알려져 있다 시피 다품종 소량생산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자원 및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이며, 첨단과학 및 두뇌집약형 산업으로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 적합한 미래지향적 산업이다. 그런데도 생사의 기로에서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 채 위기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수입화장품의 급속한 국내 시장 유입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외국산 화장품이 물밀 듯 국내 시장에 들어와 우리의 ‘안방’을 빼앗은 지 이미 오래다. 이제 백화점의 화장품 코너에서 국산 화장품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연간 약 4조원 규모인 화장품시장에서 외국산이 이미 30%정도를 잠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국산품 애용’이란 60∼70년대식 애국심에 호소하던 방법으로 국산을 이용해 달라고 호소할 수 없는 상황임은 자명하다. 제품력이 뛰어나지 않고는 아무리 국산이라도 한국사람이 사주지 않는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어 가는 냉정한 시장원리가 우리 화장품시장에서도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 어느 외국 제품과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력으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오늘과 같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고객의 변화 및 욕구충족에 대한 노력이 미흡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에 비해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및 연구활동이 부족하다. 세계 유수 기업들은 보통 연구 및 기술개발에 연간 매출액의 3% 이상을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그것은 겨우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제품의 공급과잉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객의 수요는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과당 경쟁을 하다보니 무차별적 신제품 개발로 이어져 결국 재고부담만 가중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유통구조의 낙후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통의 전근대화는 화장품업체로 하여금 중간비용의 발생을 불러 일으켜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많은 혜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대표적 브랜드가 없다는 것도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의 어떤 업체도 세계적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 업체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단기성과에 치중, 브랜드 육성을 게을리 한 결과이다. 브랜드가 곧 회사의 경쟁력이란 시장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보호주의에 안주한 것이 큰 화근이었다. <조희곤 편집주간>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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