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K사장. 마을 사람들이 다들 낙동강 범람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K사장은 딴 생각을 했다. 일주일째 계속되는 장마비로 인해 저지대 주택과 논이 물에 잠기는 등 마을의 수해가 컸지만 K사장은 수해의 또다른 모습을 보았다. 철로가 유실되고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등 마을 전체에 재앙이 닥친 것과 마찬가지로 K사장도 수해의 막대한 피해자라고 확신했다. 6월 월드컵과 7월 폭염으로 이어지던 전문점 최악의 불경기가 이번에는 장마로 인해 계속되고 있다. 7월의 작열하던 폭염이 그치나 싶더니 지난주 내내 엄청난 비를 쏟아 부은 장마로 인해 전문점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출이랄 것도 없어요. 손님이 안 오는데 무슨 매출이 있겠습니까. 그저 내리는 비만 바라보면서 문 열고 있는 거죠.” 창원 토월동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P사장의 말이다. 롯데백화점, 이마트 등 대형 유통상가가 형성되면서 꾸준하게 오르던 매출이 폭염에 이은 장마로 인해 뚝 떨어진 것. P사장은 “꼭 집에 물이 차야만 수해인가, 손님이 끊겨 매장 문 닫게 된 것도 수해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서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휴가철로 인해 쇼핑객도 감소한데다 연일 계속되는 비로 인해 매장 안은 한산하다. 월드컵 기간에 떨어진 매출이 다시 오를 기미가 안 보인다. 명동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L사장은 “여름이라고 사람들이 화장품을 안 바르는 건 아닐텐데 왜 이렇게 손님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는 전문점과는 달리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은 희색이 만연하다. 여름 휴가철이라 비수기로 여겼는데 예상치 못했던 주문량이 쏟아져 ‘일손이 모자란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은 계절 비수기 영향 탓으로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대체로 예상 외 선전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는 홈쇼핑 역시 마찬가지다. CJ39의 경우 장마가 계속된 이달 둘째주에만 20% 가량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특히 큰 비가 내렸던 지난 6일은 7월 말일에 비해 66%나 매출이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다. 물론 여기엔 제습기 등 장마용품이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화장품 역시 판매량이 오르고 있다. 더위와 수해보다 무서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전문점주들은 9월을 기대하는 눈치다. 8월말 부터 날씨가 선선해지면 화장품 판매의 본격적인 성수기가 찾아온다는 것. 건대에서 전문점은 운영하는 S사장은 “찬바람이 서서히 불면 여름에 못했던 장사를 한꺼번에 해야겠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잘 되겠지’하는 기대 하나로 매장 문을 여는 것이 전문점주들의 다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296호 기사) - 최철용 기자 a4g@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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