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서도 전문점 경기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미테러로 인한 국내경기 여파로만 보기에는 납득이 되지않을 정도로 전문점 시장이 위축돼 있다. 연말 할인으로 백화점 경기가 되살아나고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 등 타유통망이 마켓쉐어를 확보하고 있지만 전문점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다점포 관리인매장은 심각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속속들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시 주요상권인 명동, 신림, 고속버스터미널, 노량진 등의 상권에서 다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상당수 점주들이 매장수를 축소 혹은 전면 폐업을 해 다점포 매장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점의 경기가 양호했던 9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다점포 매장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늘어나는 매장수만큼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대량구매에 따른 리베이트도 무시 못해 자금력이 되는 점주들 사이에는 새로운 자리 물색이 종종 화제로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점포 매장은 매장 운영비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다점포 매장에 일대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다점포 매장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은 전문점의 고객 이탈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유통다변화로 인해 전문점의 고객수가 평균 30% 이상 감소함에 따라 대부분의 전문점들이 객단가 높이기로 활로를 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다점포 매장은 관리인이나 카운슬리에게 매장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객단가 높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전문점들이 매출 감소로 인해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는 다점포 매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노량진 등지에서 5개 매장을 운영하는 J사장은 “아무리 우수한 직원들을 고용해도 객단가가 올라가지 않는다”며 “직접 관리 가능한 매장 두세곳만 남겨두고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동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K사장도 최근 매장 두곳을 정리했으며 신림에서 다점포를 운영하는 A사장도 점포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주거지역이나 재래시장 근처 생계유지형 매장은 전문점 경기 여파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을 두지 않고 사장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특정 고정고객 중심으로 판매를 하는 생계유지형 매장은 고객관리와 객단가 높이기로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생계유지형 매장의 경우 고객관리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별도의 직원을 두지 않기 때문에 매장운영에 있어서도 다점포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시장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P사장은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다들 힘들다고 그러는데 아직은 괜찮은 편 아니냐”고 반문했다. P사장은 매장 규모가 5평 정도로 영세한 편이지만 고정고객을 중심으로 일정 매출액을 확보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화장품 유통을 담당한 한 전문가는 “전문점 경기가 불황일수록 다점포 관리인 매장은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며 “양에 의한 규모의 경영보다는 소프웨어를 갖추고 판매하는 질적인 경영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철용 기자 a4g@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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