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코스메틱 최주연 기자] 외모에 대한 편견과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져가는 2018년의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은 참으로 척박하다. 졸업선물이 성형수술이란 이야기는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당연하고, 취업과 결혼을 위해서 그 무엇보다 외모가 필수인 조건이 돼버렸다. 아니, 요즘은 나 혼자 살아도 예뻐야 하나보다.

도처에 나붙은 성형외과 광고들은 생긴 대로 사는 사람을 바보스럽다 비웃고, 인스타의 언니들은 매일매일 그림 같은 얼굴과 몸매로 꿈같은 럭셔리 라이프를 자랑한다. 나도 예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물음표가 안 생길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물음표를 떼고 내면의 강한 느낌표를 붙여줄 영화가 나타났다. ‘아이 필 프리티 (I Feel PRETTY, 2018)’

주인공 르네(에이미 슈머)는 뚱뚱하고 못생긴 스스로의 외모 탓에 일도 사랑도 매사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헬스장에서 생긴 ‘마법’ 같은 사고로 180도 삶이 바뀐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절세미녀로 보이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변한 게 아니라 혼자서만 그렇게 보이는 것.

하지만 외모가 바뀌었다는 자신감에 르네는 그 동안 상상도 못했던 내면의 당당함과 그녀만의 능력 그리고 자신감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세상은 바뀐 게 없고 단지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을 뿐인데 꿈꾸던 곳에 취직하고 사랑까지 얻게 됐다.

영화의 키워드는 ‘자존감’이다.

사회복지학 사전에 의하면 자존감이란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이라고 한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만들어질 수 있는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존감을 갉아먹는 사회의 편견들, 특히 외모에 관한 것은 굳이 언급 안 해도 도처에 널려있다.

주인공 르네는 영화 말미에 그 동안의 마법 같은 일이 외모가 아닌 자신의 태도가 변해서라는 걸 알게 된다. 영화는 해피엔딩이고 관객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충만해 영화관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꽤나 오래 그 감정이 이어진다. 에비 콘 감독에게 감사할 만큼. 외모지상주의에 지친 심신을 위로받았다고나 할까.

‘아이 필 프리티’는 럭셔리 화장품회사를 무대로 한다. 간간히 뷰티에 대한 내용들이 등장하고 공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주인공이 유튜브 뷰티 크리에이터의 동영상을 보고 메이크업과 헤어를 따라하다 너무 다른 결과물을 거울로 보는 모습도 낯선 풍경은 아니다. 또 비싼 화장품 매장의 세련된 판매원들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아무도 없는 마트 화장품 코너를 찾는다는 대사도 ‘사는 곳은 달라도 다 똑같구나’ 싶었다. 사실 마트에서 손님들이 후줄근한 차림새의 주인공을 직원으로 착각하고 물건 어디 있냐고 자꾸 묻는 장면도 남의 일이 아닌지라 쭈뼛했다.

아무튼 자존감을 되찾은 주인공 르네는 명품화장품의 세컨드라인 출시 프레젠테이션에서 나선다. 그리고 화장품을 쓰는 사람은 모델들처럼 예쁜 여자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누구나’라는 것을 역설하며 자칫 잃을 뻔했던 우정과 일과 사랑을 되찾는다.

‘아이 엠 프리티’가 아닌 ‘아이 필 프리티’로도 충분하다는 느낌표를 우리들 가슴에 쾅 심어주면서.

최주연 기자  sta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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