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화장품에 도전한다. 병원에 사무실을 얻어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나홀로 기업의 사장이 된다. 이지함 코스메틱 라인을 개발했지만 하루에 하나도 안 팔리는 날도 있었다.
그러던 2000년 7월 이지함의 한남동 시대를 연다. 자신을 포함 직원도 어느덧 3명. 오늘의 이지함을 있게 한 효자품목 자외선 차단제를 만든다.
“여드름이 있으면 자외선차단제가 오히려 해로워요. 그래서 여드름이 악화되지 않는 유분이 없는 차단제에 착안했죠.” 크림이 아닌 물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를 처음 개발, 히트 상품 반열에 올렸다. 김 대표는 이지함 피부과 명성의 후광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갑자기 대박이 난 것은 아닙니다. 꾸준한 노력의 결실입니다.” 김 대표는 소량 제작을 꺼려하는 OEM업체를 매일 졸라댔고 발품도 꽤 많이 팔았다.
약사 출신 김 대표는 화장품도 당연히 코스메슈티컬쪽으로 접근한다. 기능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건강을 헤아리는 헬스케어의 개념까지 포괄한다. 이 개념은 제품 개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통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효능있는 제품으로 카운슬링이 가능한, 믿을 만한 곳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몰은 이미 문을 열었지만 뒤늦게 오프라인 매장을 고른 곳이 올리브 영. 이미 10여 곳에 입점해 있다. 온-오프 매장으로 유통을 강화하는 김 대표는 하반기에 미백라인을 낼 계획이다. “아마 화장품 유통도 헬스케어 개념이 포함된 구조로 변하지 않을까요. 소비자는 이미 모든 소비 행태에 헬스와 웰빙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드럭스토어 진출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4년 정도 되니 다소 걱정도 생겨요. 이지함 이름 석자가 화장품의 폭을 넓히는 데 문제는 없을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되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헬스케어가 가야 할 길인 것 같습니다.”
이지함은 ‘돌다리 경영’이다. “남자 사장들은 50% 됐으면 다 됐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 데 저는 90% 이상 돼야 됐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호호 웃으며 손으로 입을 가린다.
기자를 배웅하며 돌아서는 하이힐 소리가 경쾌하다. 늘씬한 키에 적당한 체중을 받치는 하이힐만이 갖는 소프라노다. 각질없는 뽀얀 발뒤꿈치가 멀어져 갔다. (395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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