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많지요.” 97년 당시 전국 14개 매장을 갖고 1천개를 목표 삼았으니 야심의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첫 사랑 연인은 더욱 아리게 사무치는 것인가. 돋아난 생살 깊숙이 아픔이 옹이처럼 박혀 있는 듯 했다.
권 대표는 화장품 가문. 작고한 모친은 과거 금호동에서 왕생화학을 하던 화장품 1세대. 화장품 가마를 보며 자란 권 대표는 누구보다 화장품업을 잘 이해한다. 코스피클럽을 해 봐서 전문점의 속내 또한 꿰고 있다.
그래서 작은 회사, 큰 대리점, 더 큰 전문점이 그의 목표다. “지금 이렇게 일을 벌여 놓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대리점 전문점의 도움이죠. 정말 많이 도와 주셨습니다. 본사가 이익 좀 덜 봐야죠.”
대리점은 모두 맞춤영업. 본사와 3개월마다 매출을 협의하고 밀어준다. 밀어내기가 아닌 밀어주기 영업임을 강조한다.
이야기가 전문점으로 번지며 최근 무성한 소문의 진앙에 이르렀다. “화장품 시장은 커지면서 유통은 다변화하고 소비자 욕구는 변화무쌍합니다. 전문점이 고객 지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브랜드숍에 대해선 초저가에 대응한 수세적 공세라면서 한동안 시장이 혼란을 겪겠지만 전체적으로 잘 될 것 같다고 한다. 의외로 브랜드숍에 야박하지 않다. 조금 이르지 않느냐고 조건을 달지만. 또 초저가도 대세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대형업체의 초저가 진출은 마치 먹이사슬이 자꾸 아래로 내려오는 것 같아 아래쪽에선 뭘 먹고 사느냐며 목청을 높인다. 그러면서 전문점의 특화 전략을 내세운다. 기초만 파는 곳, 색조만 파는 곳 등 세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전문점의 시장 점유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20% 이하로는 안 떨어진다고 자신한다.
최근 코스라인은 해외 박람회에 부지런히 참가했다. 막 중국 심천에 지사를 세웠다. 중국을 향한 교두보를 만들고 본격적인 대륙 탐험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두바이에서도 오더가 이어진다. 권 대표도 수출이 활로임을 숨기지 않는다. “이젠 외국에 눈 돌리고 자꾸 시장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어요. 내수만 바라보기엔 너무 힘겹죠.”
화장품에 뼈를 묻겠다는 권 대표. “화장품 산업을 잃은 나라치고 선진국이 된 나라가 없습니다.” 화장보국(化粧報國)의 투사 같다. 대를 이은 ‘화장품 40년’이 ‘한국장업 60년’ 속에서 맑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391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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