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스티커 수백장이 에어컨 바람에 어린아이 손가락처럼 바르르 떨며 아우성친다. 차가운 벽에 매달린 채 소비자들의 호소와 의견을 기초 색조 부자재 등으로 나뉘어 생생히 웅변하고 있다. 용기가 왜 이리 큰가, 리필은 안 되는가, 제품 구성이 복잡하다, 용량 너무 크다 등 사연도 제 각각. OEM업체 제니코스의 김승중 대표는 여론 조사를 통해 얻은 소비자들의 이같은 의견을 수시로 쳐다보며 제품 개발과 기획에 반영한다. “이제 겨우 이륙하는 단계입니다. 지난해 말에 ODM체제를 도입하면서 회사가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김 대표 말 속에는 지난해 초 겪었던 어려움이 배어 있다. 모 대형업체의 자회사로 오해받아 일감을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 김 대표는 몇 달 동안 소문을 진화하느라 동분서주했다. 그럭저럭 일부 중견사 ‘협조’와 신규 업체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이런 와중에 OEM보다 ODM으로 눈길을 돌렸다. 소비자 조사는 ODM 진출과 맥을 같이한다. 제조든 유통이든 결국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 아닌가. 그러면 소비자 욕구는 어떠한가. 일례로 5년 전 고객이 원하는 스킨 값은 2만원이었다. 지금은 1만3천원짜리를 요구하고 있다. 판매가는 올랐는데 고객이 원하는 값은 오히려 내려갔다. 이를 어떻게 제품에 반영할 것인가가 숙제라는 것이다. 김 대표의 초점은 늘 소비자에 맞춰져 있다. 김 대표 말에 따르면 ‘고객 중시형 제품 개발 컨셉’.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해외시장 개척. 베트남 지사에서는 이미 일감을 수주했고 북경도 잘 풀리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도 곧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동남아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괜찮아요.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평이 좋아요.” 김 대표는 몽골과도 접촉이 활발하다고 한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며(김 대표는 불경기가 생각보다 장기화한다고 진단)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해외 영업 비중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지금 충북 오창 공장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부자재 공장이 좁다는 것. 화장품업계에서 잔뼈가 굵어 온 김 대표는 상품 개발, 경영 혁신, 유통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자연 김 대표의 유통론이 길어진다. 한국은 유통 체계가 후진적인데다 메이커들의 유통에 대한 횡포가 심해 발전이 더디다는 것. 공동 물류를 그렇게 강조해도 반응이 미지근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P&G도 월마트의 한 벤더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유통의 힘을 말하며 결국 파워는 고객에 있다는 말로 결론 삼았다. 탁자에 놓인 세계지도가 수상쩍다. 국명을 모두 거꾸로 읽게 만들었다. “제가 구했어요. 재미있잖아요. 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김 대표의 역발상이 이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389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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