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세를 연상시키는 복잡한 그래프가 한쪽 벽면을 메우고 있다. 책상엔 대리점마케팅 소매유통에 대한 책들이 이제 막 책장을 덮은 듯 널려있다. 병원 분위기를 머릿속에 그리고 찾아간 기자에겐 다소 의외였다. 전국 피부과 병원 8개를 네트워크로 묶어 전체적인 관리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곳. 병원별 고객 수 등을 담은 그래프며 유통 책자가 왜 필요한지 짐작이 됐다. 고운세상. 말하자면 클리닉 그룹이다. 그중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화장품을 담당하는 회사로 메티컬, 에스테틱 부문과 함께 고운세상의 한 축을 이룬다. 이 회사 홍성제 대표는 의사가 아니다. 스스로 말하는 공돌이 출신(재료공학 박사). “화장품 사업 너무 재미있어요. 딴 세상에 온 기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대표는 최근 홍콩에 꽤 많은 분량의 수출 건을 체결했다. 그리고 곧 강남 서초 송파 등지를 대상으로 시판에 나서며 유통 행보를 넓힌다. 취급 전문점은 약 1백여 개로 잡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면서 사업에 재미까지 보니 말 그대로 세상이 다 고와 보인다. 고운세상은 피부과로 이름을 높인 곳. 여드름에 깊은 관심을 보이다 프랑스 바이오 웨어사와 ‘닥터 에스테’를 개발한 것이 불과 1년 반 전. 이후 메디컬 브랜드라는 명성에 힘입어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성장해 왔다. 결국 홍콩 수출까지 이어지며 이젠 동남아 시장을 넘보게 된 것. “메디컬 브랜드는 자존심이 걸려있죠. 절대 한탕 같은 것은 꿈도 못 꿉니다. 시일이 걸려도 좋게 만들고 원료 또한 최고를 고집합니다.” 그동안 소비자 불만도 별로 없었고 반품 받아본 기억도 없다. 또 고운세상은 제품을 적극 판매하지 않는다. 병원 직원이 아닌 코스메틱 직원이 병원에 머물며 파는 방식을 택해 병원의 상술이 개입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한다. 어느 날 연구 개발과 관련, 프랑스 연구소에서 전화가 왔다. 당연히 사장 비서로 알고 사장 방한에 맞춰 이쪽에서 골프 온천 약속 등을 잡아 둘 테니 사장에게 말해두라고 비서에게 일렀다. 그러나 그 ‘비서’는 사장의 아버지였다. 홍 대표의 관심에 깊은 인상을 받은 그 아버지는 아들에게 비즈니스를 적극 권했다. 홍 대표는 이렇게 전화 한통에도 진지한 사람이다. 나이보다 훨씬 진지하다. (386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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