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단상에 오르는 오세희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지난 2년여의 세월과 메이크업 16년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어떻게 인사말을 마쳤는지 모른다.
단독 출마한 한국메이크업협회장 선거. 선거일(4월 10일)을 며칠 앞두고는 잠도 오지 않았다. 한 번 맡으면 명예를 걸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 누가 되지 않을지, 잘 될까. 막상 투표는 90%를 넘는 대찬성이었다. 대가 세다고 알려진 오 회장이 웬 눈물.
“그냥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협회 만들 때 고생한 것들이 자꾸 떠올랐어요.”
앞으로 협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까. “메이크업 셀프 바는 어떨까요. 대학가에 조그맣게 만들어 놓고 학생들이 간단히 직접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장사가 좀 될까요.”
오 회장은 메이크업인들이 먹고 사는 방법으로 운을 뗀다. 오 회장이 말하는 협회 살림 꾸리기는 간단치 않다. 메이크업 분야에는 인재가 많아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급하고 업체와 학계 등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보다 창의적인 일을 기획해야 하며 자격시험도 보완해야 하고 세미나 또한 실속있게 치러야 하고 무엇보다 화목한 협회를 만들어야겠다고 말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오 회장의 청사진이다. 잠을 못 이룬 이유는 선거 때문이 아닌 것 같았다. 이미 머릿속이 이런 계획들로 혼란스러웠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아 참 경진대회가 다음 달인데 행사 치르는 게 우선 급해요.” 중요한 얘기를 놓쳤다는 듯이 깔깔 웃는다. “화장품업계가 지원에 너무 인색해요. 현장의 중요성을 외면하지 마세요.” 애교있게 일침을 놓는다.
오 회장을 말하면서 수빈아카데미를 빼놓을 수 없다. 원장으로서 그녀가 젊음을 바친 수빈 16년은 고스란히 한국메이크업의 산 증거이며 지금도 움직이는 역사다. 배출한 제자만도 3, 4만명을 헤아린다. 특히 연예계에서 수빈 출신은 독보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무엇보다 제가 투명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일처리는 확실하게 하는 편이죠. 그런 것이 우선 식구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검은 색 정장을 즐겨 입으면서도 네이비 블루와 화이트를 좋아한다. 푸른색 반지가 눈을 끈다. 심해의 푸른 빛이 감도는 행운의 돌 사파이어다. 오 회장이 이제 협회에 행운을 메이크업할 때인 것 같다. (383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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