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문점은 가능성은 크지만 별 특징이 없어요. 제품을 메이커에서 받아 팔기만 해 메이커 광고만 하는 것 같아 결국 전문점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고세코리아 이시이 노리부미(石井 敎文) 대표는 한국의 전문점 상황에 대해 의외로 잘 알고 있었다. 이시이 대표의 말이 이어진다. “그런(팔기만 하는) 전문점은 메이커 힘으로 산다고 볼 수 있지요. 이런 곳은 매출이 늘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떤 전문점이 고세의 구미에 맞는 것일까. “우선 경영을 아는 점주여야 합니다. 또 팔기만 하기보다는 카운슬링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세 제품 판매만으로도 특성을 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시이 대표의 전문점 고르기는 아무래도 만만찮아 보인다. 과연 그런 전문점이 얼마나 될까.
이시이 대표는 “거래하는 전문점 숫자는 의미 없습니다. 하나 하나 선별할 것입니다. 매출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거래 전문점을 차근차근 신중히 늘려 나가는 전략이다. 급격한 증가는 가격 할인 경쟁을 부추겨 결국 메이커와 전문점 사이만 벌어지게 한다고 덧붙인다. 다만 선별된 전문점에겐 지역과 상권에 맞는 마케팅이 기다리고 있다. 지역 마케팅은 거의 백화점 수준으로 국내사에선 보기 드물게 정밀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러한 이시이 대표의 인식 바탕에는 한국 전문점주들에 대한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어서이다. “한국의 전문점주들은 ‘주세요’밖에 몰라요.”샘플 좀 주세요, 마진 많이 주세요 등 제품을 팔고 돈 벌 궁리만 하지 메이커와 공존공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이 모자라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메이커와 전문점이 동시에 변해야 공존하고 공영할 수 있다고 누차 강조한다. 고세의 전략은 단연 모범 케이스로 정착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시이 대표의 이런 자신감은 설기정의 품질에서 나온다. 설기정은 1985년 일본에서 출시된 후 스킨로션만 3천만개 이상 팔린 스테디 셀러이다. 일본에선 이를 한방(漢方)화장품으로 부르는데 일본 국내 원료와 중국 원료를 많이 쓴다고 한다. 한국산 인삼성분도 함유돼 있다. 눈처럼 희고 깨끗한 피부로 가꿔 준다고 자랑한다. 느닷없이 로션 마스크를 보여준다. 손톱만한 종이 마스크가 로션을 붓자 얼굴을 덮을 만큼 커진다. 특허 기술로 국내사에서 제조법을 알려 달라고 문의가 빗발친다고 한다.
모두가 힘들다는 시판 시장에 뛰어든 고세코리아. 강한 인상에 김치를 좋아하는 ‘56세 서울총각’ 이시이 대표의 ‘전문점 고행’이 시작됐다. (341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