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제품력은 떨어지지 않는데 마케팅 능력이 차이나는 것은 인정하죠. 외제 선호도가 너무 강해서…” 일진코스메틱 유순환 사장은 다국적 기업의 공세가 힘겨운 듯 말꼬리를 흐린다. 유 대표는 다국적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R&D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며 일진은 산하 연구소가 두발 관련업체로서는 처음으로 국가 인증을 받아 연구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외국 업체에 밀리는 것은 비단 마케팅뿐이 아니다. 유통도 후진적인 면이 많다. 아직 대부분이 영세한 미용업계는 대리점을 통한 거래가 태반. 또 교육 스케줄조차 대리점에서 챙기고 있는 형편. 따라서 소비자와 얼굴을 맞대고 판매하는 로레알이나 웰라에게 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일진은 유통을 일대 쇄신하는 모험을 하기로 하고 올해 1월부터 야심작으로 출시한 ‘도모’를 半직거래하기로 한 것. 대리점 유통은 유지하되 교육 스케줄 등은 일진이 맡아서 하는 것으로 직거래하기 위한 과도기 유통방법. 중간평가는 만족. 대리점이나 미용실이나 모두 품질과 서비스에서 만족스럽다는 결과다. 카운슬링이 되는 중대형 미용실을 선별거래하고 있는데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도모’얘기가 나오자 희색이다. 팜플렛을 펼치며 일일이 설명한다. “연구소에서 5년 걸려 개발한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두피를 진단 처방하는 클리닉 효과를 얻을 수 있죠. 회사로서는 큰 승부를 걸 만합니다.” 미용업체로서 트렌드를 제시하고 패션을 이끄는 것은 제품력 못지않게 중요한 일. 이러한 능력이 부족하지 않느냐고 꼬집자 유 대표는 “앞으로 우리 업계가 보강해야 할 부분입니다. 올 중반기 정도에 트렌드를 제시할 만한 발표회를 추진하고 있고 헤어컬렉션도 열 생각입니다.”라며 이러한 행사들을 업계가 서로 경쟁적으로 열어 다국적 기업에 대항하는 힘을 기르고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창사 40주년 기념으로 치른 대대적인 헤어쇼는 성공이라고 자평하며 올해는 일본에서 열어 한일 헤어 기술교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동안 일진의 고민 중의 하나는 지방 시장지배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는 4월 대전에, 내년엔 광주에 영업소를 열어 지방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한다. 머리숱도 많고 결도 고운 유 대표. 머리를 쓸어 넘기다 “일진 샴푸를 쓴 탓이죠.”라며 웃는다. (327호 3면 기사)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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