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아무래도 원가절감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순익은 다소 정체할 것 같고. 좌우간 죽기살기로 해야죠” 남규우 보브 사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전망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국내 색조시장의 강자인 보브가 시장 탓만 할 수 있는가. 남 사장은 기자 앞에 못보던 브랜드의 신제품을 꺼내 놓았다. 바로 ‘앨리스’. 보브가 2003년을 겨냥해 새로 출시한 색조 제품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추구하며 소비자의 럭셔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고 배선미 홍보팀장이 한마디 거든다. “이 놈이 올해 일 낼 겁니다. 소비자 테스트 결과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남 사장은 대견한 듯 어루만진다. 일부 제품은 이미 시판에 돌입했고 2월 말까지는 라인업이 끝난다고 한다. 대리점 30여 곳을 거점으로 삼아 본격 영업에 들어갈 태세다. 앨리스뿐 아니라 마트용으로 내놓은 ‘앙크’도 12곳의 대형 마트에 들어가 소비자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 진입부터 투자를 과감히 하고 있는 앙크는 별도 진열대를 갖춰 차별화를 했고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보브 앨리스 앙크는 올 한해 보브를 이끌어가는 삼두마차인 셈. 보브를 뿌리 삼아 브랜드를 다각화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매출은 2001년보다 15% 상승했습니다. 하반기 초까지도 괜찮았는데 연말들어 신용카드 억제 등 악재 요인으로 주춤했습니다. 소비심리가 너무 위축됐어요.” 수치에 밝은 남 사장은 속으로 계산을 하는지 연신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나마 수출은 좋은 편. 중동쪽 큰손과 연결돼 잘 풀리는 편이라고. 중국 몽골 러시아도 수출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한해 남 사장은 회사 차원에서 가장 잘 된 일로 무엇을 꼽을까. “무엇보다 잘 된 일은 사원 전체가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자발적으로 의욕을 갖고 일을 한다는 점입니다. 의욕이 있다보니 이직률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특히 영업부서를 강화하며 영업 마인드가 전사적으로 뿌리내린 것이 큰 소득이라고 한다. 새해 보브의 공격적인 영업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실 대리점이나 전문점이 보브 매출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과의 관계가 영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리점 우대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지난해도 대리점 관리를 잘 했지만 올해는 훨씬 잘 할것입니다.” 신제품 앨리스의 확산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경영철학이요? 그렇게 거창한 것 묻지 마세요. 배부르고 등 따뜻해야 철학도 나오는 건데…” 손사래를 치면서도 남 사장은 정직한 가격 정책과 투명 경영을 꼽는다. “올해도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국제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것입니다. 자극이 많이 되더군요. 박람회에 자주 나가다 보니 이젠 바이어들이 제발로 찾아올 정도입니다.” 보브의 제품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우회해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올해는 앨리스를 만나세요” 남 사장은 힘을 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여성을 무한한 상상과 아름다움의 나라로 이끄는 앨리스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따뜻한 손에서 느껴졌다.(317호 기사)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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