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다소 늦은 오후 코리아나 화장품 사옥 10층 회장실. 유상옥 대한화장품공업협회회장은 기자 일행을 잠시 대기시켜 놓고 문을 닫는다. 메이크업 파트 여직원이 작은 가방을 들고 들어가고 얼마 있다 유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어 준다. ‘화장하는 CEO" 유 회장의 얼굴이 환하다. 워낙 건강체질이지만 두 뺨에 홍조가 보일 듯 말 듯 칠순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다. 한동안 등산을 다녔지만 관절이 안 좋아 요즘은 주로 산책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 골프는 가끔 치고… 아직도 아침엔 영어회화 테이프나 자신이 한 강연 테이프를 들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국내 장업계 3위의 코리아나를 이끌며 협회 회장을 맡아 분주한 유 회장을 만났다.

유회장은… △1933년 충남 청양 출생, 아호 송파(松坡) △고려대 상과대학 상학과 졸업 △공인회계사 경영학 박사 △동아제약 공채 1기, 상무이사 △라미화장품 대표이사 사장 △국민훈장 모란장(1998) △중앙일보 조선일보 ‘50인의 경영자’ 선정(1999) △한국수필가협회 이사(현) △대한화장품협회 회장(현) △코리아나화장품 회장(현) 저서: ‘나는 60에도 화장을 한다" ‘화장하는 CEO" 등

―먼저 우울한 얘기부터 꺼내겠습니다. 최근 시판 경기가 최악이라고 합니다. 문닫는 전문점이 늘어나고 업계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슨 복안이라도 있으신지요. “전문점이 사는 길은 유통질서를 지키는 것 뿐입니다. 요즘 가격질서가 무너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7천원짜리 물건은 1만원은 받아야 장사가 되는 것인데 서로 경쟁하는 통에 20~30% 할인해 팔고 있으니 전문점이 살아 나겠습니까. 이렇게 전문점끼리 할인경쟁으로 제살깎아 먹고 있는데 업체는 밀어내기를 하고 있으니 이것도 큰 문젭니다.(책상에서 찾아온 서류를 들어보이며) 이것 보세요. 최근 각 사의 시판 실적인데 메이저 회사들 점유율이 이게 얼맙니까. 이런 큰 회사들부터 제값받기에 앞장 서야 합니다." 특별한 대안은 없는 듯하지만 업체가 앞장서고 전문점이 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주는 것이 서로 사는 길이라는 뜻이다. “전문점도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은 유통채널이 얼마나 많아요. 경쟁력을 갖추려면 덩치를 키워야 하고 카운슬링도 좀 더 과학화해야 하고 디스플레이도 선진형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만 더… 방문판매 시장은 그런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각 사마다 상대방 방판인력 빼가기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 “말도 마십시오.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인력 빼가기는 아예 혼돈 상황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업체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도덕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기껏 사람을 키워 놨더니 곶감 빼먹듯 하나 둘 빼가고 있어요. 인력을 키울 생각은 않고 이렇게 했다가는 업계가 공멸합니다. 자살행위이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에선 회귀현상도 일어나요." 업계의 잘못된 풍토를 비판하며 비도덕성을 강하게 질책하는 대목에서는 마치 준비한 원고를 읽듯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수입품 범람 장업계 전체 큰 문제 ―수입 화장품이 물밀 듯 들어오며 국산제품이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경쟁력 확보가 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차원에서 또는 협회 차원에서 무슨 대책이 있는지요. “국산품 애용운동을 벌일 수도 없고… 국산 제품이 질적인 면에서는 수입품에 절대로 뒤질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제선호 사상이 너무 강해서…” 유회장도 즉답이 잘 안 나오는 모양이다. “우리 연구개발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투자가 절대 부족한 편입니다. 업계가 특히 경영자가 각별히 신경을 쓸 대목이지요." 유 회장은 업계의 구조적인 면에서 수입품 범람 현상을 짚어본다. “화장품 산업이 이제 몇 십년 되다 보니 그동안 배출한 전문인력이 꽤 됩니다. 이들이 퇴직을 하고 장사가 될 것 같으니 너도나도 수입에 매달린 것이죠. 당장 돈 벌기는 괜찮겠죠. 그러나 장차 우리 장업계 전체가 문제죠" ―화제를 돌려 보겠습니다. 최근 중국과 협회 차원에서나 기술교류 차원에서나 접촉이 활발한 편입니다. 특히 중국진출을 희망하는 업체가 많은데 좋은 방안이 있는지요. “결국은 국제경쟁력 확보 문제입니다. 우리 화장품에 대한 국제 이미지가 아직은 약하죠. 그래서 협회 차원에서 자주 국제전시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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