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숍이 '에너지 사용 제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는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원전 3기 정지로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됨에 따라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6월 18일부터 8월 30일까지 시행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계약전력 5,000㎾ 이상인 2,631개 사업체에 대해 8월 한 달 동안 피크시간대(오전 10∼11시, 오후 2∼5시)의 전기 사용량을 부하변동률에 따라 3∼15% 의무 감축하도록 했다. 또한 계약전력 100㎾ 이상인 전기다소비 건물 68,000여개소에 대해서는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제한했다.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단, 건물 외부와 직접 통하지 않는 출입문을 보유한 사업장으로서 공동출입문을 닫고 영업하는 매장과 지하도 상가 내 매장은 제외다.

6월 18일부터 30일까지는 집중 계도, 홍보 기간이며 7월 1일부터는 위반업체에 대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1회 50만 원, 2회 100만 원, 3회 200만 원, 4회 이상 300만 원)

명동, 강남, 홍대 상권 둘러보니…

실제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행 8일째인 25일 명동, 강남, 홍대입구 상권을 찾았다.

오후 4시경 찾은 명동은 산업부와 지자체의 계도와 홍보에도 변화가 거의 없는 모습이었다. 브랜드숍이 가장 밀집해 있는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와 을지로입구역 6번 출구까지 상권 일대를 둘러본 결과 아리따움 2곳, 이니스프리 1곳, 네이처리퍼블릭 3곳, 사라사라 1곳, 에뛰드하우스 1곳 등 8곳을 제외한 모든 곳이 에어컨을 키고 문을 연채 영업하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에도 매장 앞을 지나면 시원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자동문이 닫히지 않게 고정한 매장도 여럿 있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H&B숍의 경우엔 앞문과 뒷문을 모두 연채 영업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금 늦은 오후 6시경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홍익대학교 앞까지 더페이스샵 1곳, 판도라 1곳, 미샤 1곳, 아리따움 1곳, 어바웃미 1곳 등 5곳만이 문을 닫은 채 영업하고 있었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I브랜드숍은 활짝 열어 놓은 문 바로 옆에 지구의 달 캠페인 전단지를 크게 붙여놔 캠페인 취지를 무색케 했다.

강남 상권은 비교적 준수했다. 오후 2시 30분경 강남역 10, 11번 출구 상권을 둘러본 결과 러쉬 1곳만이 문을 활짝 연채 영업하고 있었다. 다만 계약전력 100㎾ 이상인 전기다소비 건물에 위치한 상가 대다수가 실내 온도를 26도 이하로 유지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업친데 덮친격' 업주 울상

이들 매장이 출입문을 닫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상권 내에 브랜드숍 경쟁이 치열해 문을 닫고 영업 시 자칫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명동 상권에만 여러 개 점포가 위치해 있는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의 경우 출입문을 닫은 가게보다 활짝 개방한 가게에 손님이 더욱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명동에서 브랜드숍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명동의 경우 한 브랜드가 골목에 2~3개씩 위치해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며 "문을 닫아 놓으면 매출이 80%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브랜드숍 점주는 "경기 불황에 엔저까지 가뜩이나 어려운데 에너지 사용 제한으로 매출이 더 떨어질까 우려스럽다"며 향후 준수 여부에 관해서는 "단속이 본격 시작되는 7월에 상황을 본 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염보라 기자  bora@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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