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江의 여인을 깨워 대륙을 사로잡다
최경 코스맥스 마케팅부문장 겸 코스맥스차이나 총경리
2003년 1월 상해 푸동공항에 내린 최경. 그의 손에는 달랑 가방 하나. 찬바람 말고는 그를 맞아주는 이는 없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면서 눈을 감았다. ‘맨땅에 헤딩’ 역사는 그렇게 시작된다. 겨우 핸드폰을 구입한 그는 닥치는 대로 바이어 번호를 눌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렵사리 한 바이어를 만나 마스카라를 주문 받는다. 눈물을 삼키는 가엾은 최경. 이렇게 코스맥스차이나는 그의 땀과 눈물로 씨앗을 뿌린다.
9년이 흐른 2012년 2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중국 화장품 시장을 호령하는 호랑이로 커져 있었다. 그의 9년은 한국 화장품의 중국 진출 역사 그 자체이며 그의 한 마디 한 걸음은 앞으로 한국 화장품역사로 남게 된다. 그가 주도한 코스맥스 상해법인은 이제 長江(양자강)의 여인을 깨워 미의 길로 인도하고 대륙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심는 뷰티 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
- 중국에 본격 진출한 게 8년이다. 중국의 변화는
8년 전만해도 중국 여인들은 화장품에 대해 무지한 편이었다. 그저 바르고 칠한다는 개념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인들의 수준이 높다. 제품에 대한 인식이 한국 뺨친다. 어디에서 만들었나, 성분은 어떤가를 따질 정도다. 소득 수준 향상과 무관하지 않다.
- 상해법인은 성공했다는 평가다. 성공 요인은
끝없는 품질 향상이고 고객사와의 신뢰 구축이었다. 무한한 인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본사의 꾸준한 제품 개발이 중국 고객사들에게 먹히고 매출 향상에 연결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류 덕이 크다. TV를 통해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 가요 등 영향으로 코리아라는 이미지가 무척 높아지고 화장품에 대한 인식도 크게 향상됐다. 코스맥스는 늘 한국의 높아진 국격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에피소드도 많겠다.
이루 말할 수 없다. 영업은 회사 간의 거래에 앞서 사람과의 거래다. 특히 남을 쉽게 믿지 않는 중국인의 특성상 코스맥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이 들었다. 이제는 다르다. 전국에서 제품 런칭 행사가 있으면 나를 불러 축사를 맡긴다. 유명 글로벌 업체 관계자는 저 뒤에 앉지만 나는 맨 앞에 앉는다. 그리고 현지 대리상들도 제품을 고를 때 코스맥스에서 만들지 않았다면 퇴짜를 놓는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식은땀이 흐른다. 영원한 강자는 없지 않은가. 스스로 늘 채찍질 하고 있다.
- 중국 진출을 앞둔 업체에 할 말이 있다면
우선 중국 문화를 이해하고 국민성을 알아야 한다. 인내가 필요하다. 시간을 두고 투자하고 인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굴리기(거래 성사)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굴러가면 그만큼 얻는 것도 크고 오래간다. 중국 시장 절대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한국에 와서도(월 1회 일주일 정도 체류) 많은 업체 대표를 만났다. 그들은 궁금한 게 너무 많고 나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노하우와 인맥 등을 살려 최대한 돕겠다. 다리 역할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최 부사장은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코스맥스는 이제 중국에서 ‘추격적 성장’을 벗어나 ‘선도적 성장’으로 접어들었다고. 자신감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도 함께.
그의 앞에 놓인 잔의 술이 활기찬 목소리에 흔들린다. 그가 마시는 술은 절반이 땀이다.
엄정권 기자 tastoday@geniepark.co.kr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geniepark.co.kr
엄정권 기자 tastoday@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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