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영 채경아 대표
‘알레르기 소녀’에서 ‘모공관리 전도사’로
미인은 척 보면 안다. 오래 뜯어보고 깨닫는 게 아니다. 그녀가 그랬다. 희고 작은 얼굴에 고운 턱선, 알레르기를 달고 살았다는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 대치동 낮은 언덕을 오르는 데도 폭염은 그냥 두지를 않는다. 땀을 몇 번 훔치고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가며 그늘 하나 만들어주지 못하는, 가지가 쳐진 가로수를 탓했다. 그리고 당도한 사무실, 기자를 반겨준 것은 바람이었고 미인이었다.
업계에 겨우 명함을 내민 닥터영, 그리고 채경아 대표. 설립 2년 남짓에 첫 제품 출시는 1년 반에 불과하니 신생아나 다름없다.
그러나 요즘 여성지들을 눈여겨봤다면 이 이름은 기억할 것이다.포어 이레이저 밤. 모공관리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어느덧 닥터영의 대표 제품이 됐다.순식간에 그리고 엉겁결에.
“우리가 모공관리 제품에 집중하자 한 것도 아니었는데 소비자가 (마케팅을) 스스로 주도한 느낌이에요.” 채 대표의 이어지는 설명은 이곳 닥터영의 동력(動力)을 보여준다.
언젠가 누가 모공 제품 한번 만들어 볼까 했다. 채 대표는 누구인지 정확하게 기억도 못한다. 그리고 개발 단계를 거쳐 직원들이 발라보고 주변에 권해보고 그러면서 성분이 어떻고 용기가 어떻고 등등 난상 토론을 거친다.
채 대표는 한 일이 없다. 그냥 물 흘러가듯 언로의 물꼬만 터주고 직원 회의 때 제품 토론을 유도하면서 직원 간에 언성이 높아질까 살짝 분위기 누르는 것 밖에는.
이런 신랄한 ‘자기 정화’를 거쳤기에 포어 이레이저 밤이 탄생하고 모공관리 라인이 뜨고 클렌징 제품이 호평을 얻게 된다.
“내부 고객(직원)이 만족 못하면 소비자가 만족하겠습니까. 우선 직원들의 발상과 토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우선 제가 할 일입니다.”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기자 말에 “부족국가 스타일이죠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있어요.” 자연성분을 고집하고 인공색소 방부제를 안 쓰고 계면 활성제를 멀리한다는 것.
건강한 아름다움의 시작이라고 덧붙인다. 계면활성제는 채 대표에겐 끔찍한 단어다. 어려서부터 비누를 쓰지 못했다. 비누 세안만 하면 트러블이 생겼고 샴푸는 세계 각국 제품을 수집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안 써본 제품이 없다.
덕분에 피부과 의사 한의사 등을 많이 알게 됐다.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어려서부터이지만 1994년 석사논문으로 화장품 선호도에 대해 썼을 정도로 깊어졌다.
지금은 아주 (피부가) 좋으십니다 하자 “화장 탓이죠” 하면서 자신은 회사 제품의 테스터라고 한다. 채 대표가 써보고 트러블이 안 나면 그때 제품 출시 오케이다.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 입점이 최근 핫이슈다. 전통을 자랑하는 플라자호텔은 입점이 까다롭고 브랜드 또한 대중 명품보다는 차별화된 독특한 것을 고르고 있어 입점 자체가 브랜드의 위상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처음 며칠은 모퉁이에 있더니 어느새 한복판으로 옮겨 주더라고요.” 그만큼 매출이 뛰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샘플링도 많이 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할머니가 제 메일을 알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라고요.” 닥터영의 오프라인의 위상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한다.
닥터영은 온라인 업체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출발은 쇼핑몰과 오프라인이 동시였다.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사사에 입점해 있으며 국내 지에스왓슨 몇 곳에도 입점해 관망하고 있는 중이다. “수출 비중이 50~60%입니다.” 매출 그래프를 보여준다.
1,2월 실적이 높은 것은 그때 해외 매장에 내보냈기 때문이라고 친절히 설명한다. 가을에 닥터영은 100만불 수출탑을 받는다. 신생회사로서 매우 놀라운 속도다.
인터뷰 내내 다양한 표정과 웃음으로 흰 치아를 활짝 드러내는 열정과 함께 목소리 높낮이를 조절하며 정확한 단어를 구사하는 이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등 대화법이 능숙하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가을 같은 여자. 곧 그녀의 계절
이은지 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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