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제(판매자가격표시제)가 일부 전문점에서 변형된 형태로 정착되고 있다. 무리한 할인관행으로 실추된 전문점의 가격 신뢰를 회복하려는 취지에서 시행된 OP제가 대다수의 전문점에서 유명무실화된 것은 기정사실. 하지만 일부 전문점에서는 제품별 분류를 통해 선별적으로 OP제를 실천하는 등 변형된 형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봉천동의 H전문점의 경우 전 제품에 판매자가격을 표시하고 있어 외형상으로는 완벽하게 OP제를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격표시스티커를 살펴보면 가격표 앞에 ‘$’자와 ‘￦’자가 표시돼 있다. ‘$’자는 할인이 가능한 제품을 나타내는 것이고 ‘￦’자는 할인이 불가능한 제품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인 것이다. 가령 20,000원짜리 제품의 경우 가격표 앞에 ‘￦’가 있는 제품의 경우 20,000원 정가를 그대로 받고 ‘$’가 있는 제품은 15∼20%를 할인해 17,000∼16,000원에 판매를 하고 있다. ‘$’와 ‘￦’의 제품 구분은 타 전문점과 가격비교 가능 유무에 의해 결정된다. 즉 대다수의 전문점에서 취급하는 주요 메이커 제품의 경우는 ‘$’를 표시함으로써 할인의 여지를 둬 경쟁매장과의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거점영업품목으로 가격보장이 되는 제품은 ‘￦’를 표시해 가격 보장을 받는 것이다. 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P사장은 “OP제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과 눈치로 가격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이런 방식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P사장은 “이제 소비자들도 ‘$’와 ‘￦’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 때문에 마찰이 생기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P 전문점 외에 다수의 전문점들도 제품군을 분류해 OP제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 상권, 강남 상권, 영등포 상권, 건대 상권 등 다수의 전문점들이 해당 상권 내에서 가격보장이 되는 제품의 경우 가격표시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가격표시 제품의 경우 거점영업품목으로 인해 가격이 확실히 보장되거나 5,000원 미만의 잡화로 매장별 가격차가 별로 없는 제품에 한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OP제의 본 취지는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건전한 가격비교를 통한 선의의 경쟁인데, 이렇게 가격이 보장된 제품에 한해 판매자가격을 표시하는 것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제도 내에서는 완벽하게 OP제를 준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며 “빠른 시일 내에 행정적,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철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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