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화장품의 동물실험 및 그 제품의 수입을 금지시킨 유럽연합(EU) 의회 규정에 대해 프랑스 정부와 화장품 업계가 법적 소송을 걸며 딴지(?) 걸기에 나서자 영국 중심의 동물애호운동 단체들이 프랑스 화장품의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맞받아 치고 나와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유럽 연합 법원에 동물실험 금지 규정이 세계 무역 기구 규정에 위배된다며 이의 시정을 소원했다. 프랑스 정부 측 주장에 따르면 동물 실험 금지에 따라 화장품 업계의 불균형적 피해가 우려되는 반면 동물 보호 이익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유럽 화장품 원료업 협회는 유럽 연합 하급심 법원에 동물 실험 금지 규정의 전복을 청원했다. 현재 시행중인 유럽연합의 화학물질 취급 규정에 의하면 모든 제품의 의무적 실험을 명시하고 있어 동물 실험 금지 규정과는 정면으로 어긋나고 있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들은 금지 규정의 철폐보다는 현 규정의 모호성을 규명해서 관계 규정을 명확히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해명에 따르면, 유럽 화장품 업계의 경우 화장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안전 실험이 의무인데, 동물을 사용한 실험 외의 대체 실험 방법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해외 실험마저 금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정부 측과 화장품 업계의 주장에 의하면, 유럽에서는 해마다 1160만마리의 동물들이 각종 실험으로 희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도 연간 598억달러 생산 규모의 주력 산업으로 고작 3만8000마리의 동물실험을 하고 있는 화장품 업계만을 유독 대상으로 삼아 전면 금지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설명이다. 동물 애호 단체들의 화장품 제조에 따른 동물 실험 금지 법안 추진 운동에는 유럽 화장품 산업계의 저지운동이 뒤따랐고 그 중에서도 프랑스 정부 측과 업계가 적극적이었다. 유럽 화장품 업계와 프랑스 측은 그간 동물 실험 금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적극 해명하며, 다만 현재의 모호한 금지 규정 조항의 명확성을 이끌고 관련 법 규정들과의 상충을 정리하기 위한 법적 대응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애호운동 측에 적극 가담해서 실험 금지를 그간 주도해 온 영국의 애호가들과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에 대해 오히려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꿎은 동물의 피로 물들인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는 것이 인간이 할 짓인가?’라고 주장하는 동물애호운동가들은 동물 실험 금지 입법에 그간 소극적이었던 프랑스 측을 꼬집어 지목하며 세계 최대의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을 비롯, 프랑스 화장품의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애꿎게 싸움판의 중간에 끼어 들게 된 프랑스의 로레알 화장품 대변인은, 최근 로레알은 1989년 이래 그들 화장품에 대한 동물 실험을 해오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로레알은 지난 20여 년간 동물 실험 대신 다른 실험 방법을 개발해 왔다는 명확한 해명도 뒤따랐다. (35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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