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최대 피해지로 떠오르고 있는 홍콩에서는 다른 모든 상품들과 함께 당연히 화장품 매출도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대단해서 만만찮은 대처력을 보여 주고 있다. 국제적 경제전문 신문인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사스의 거센 공격에 내몰린 홍콩에서는 마스크가 일상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 버렸는데 화장한 얼굴에 마스크를 쓴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화장품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더운 날씨의 홍콩에서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마스크를 쓸 경우 화장이 흐트러질뿐만 아니라 마스크에 립스틱이 묻어 엉망진창이 되기 십상. 이에 따라 맨 얼굴에 마스크만 쓰고 외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결국 그간 잘 나가던 립스틱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메이블린, 슈에무라 등 브랜드를 가진 로레알 그룹의 홍콩지역 립스틱 매출은 4월 중 30% 가량 줄어들었다. 또한 시세이도와 나스의 립스틱 매출도 20% 정도 감소했고, 파운데이션류의 선두 주자인 로라 메이시어의 4월 매출도 무려 50%나 떨어졌다. 이 신문에 의하면 여성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려 아예 외출과 쇼핑을 줄이는 통에 매출이 줄고 화장까지 안하게 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에 화장품 회사들의 매출 부진 타개 노력이 만만찮은데, 크리니크는 립스틱을 사면 공짜 선물을 덤으로 주는 판촉전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랑콤은 마스크에 잘 묻어나지 않는 립스틱을 재빨리 공급, 판매사원들에게 적극 권하게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입술 화장 대신 눈화장을 강조하는 광고가 때맞춰 나타나 소비자들을 달래기도 한다. 눈화장을 예쁘고 멋있게 한 모델이 마스크를 쓴 채 광고에 나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다. 립스틱 대신 아이섀도로 매출 부진을 채우려는 전략의 결과다. (33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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