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다. 월요일은 다른 어떤 날보다 바쁜 요일이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주문이 밀려있는 탓이다. 오레이디에서 일일 체험을 하기 위해 물류 창고에 들어섰을 때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오늘 주문이 얼마나 될까. 섣부른 예측은 시간 낭비다. 어떻게 보다 깔끔하고 튼튼하게 포장하며 실수없이 정확하게 배송하느냐가 관건이다.
편안한 작업복 차림으로 물류를 담당하는 상품관리팀에 들어서니 이종현 과장이 기자를 맞는다. 사전에 일일 체험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못내 미심쩍은 눈빛이다. “정말 할 수 있겠어요?” 그 물음이 괜히 기자를 두렵게 한다. “까짓것 아무거나 맡겨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한번 해 볼게요”라고 우물쩍 넘긴다.
상품관리실에 프린터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말 주문서를 뽑고 있는 중이다. 상품관리실의 첫 시간은 이렇게 프린터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주문서를 체크하는 여직원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주문서를 프린터하는 작업. 인터넷 쇼핑몰 오레이디와 다음몰, 네이버몰에서 들어온 주문 중 입금 완료된 것을 확인해 주문서를 2장씩 뽑는다.
주문서를 뽑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데 기자에게 첫 임무가 떨어졌다. 상자 포장. 단순 노동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기에 못 미더운 기자에게 부담없이 맡겼겠지. 그만큼 탈없이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다.
상자더미를 깔고 앉아 상자를 접기 시작했다. 옆에서 상자 접는 방법을 알려주는 한 직원의 손놀림이 매우 날렵하다. ‘왕년에 나도 상자께나 접었지.’ 자신감을 갖고 상자의 밑둥에 테이프를 바른다. 쩍쩍 테이프 소리가 요란하다. 곧은 마음으로 곧게 바르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접히거나 비뚤어지기 일쑤다. 속도도 직원의 반에도 못 따라간다. ‘나도 한때는 상자께나 접었는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군.’ 속으로 혼자 자위하며 속도를 올린다.
상자더미가 쌓여나가자 또 한명의 직원은 상자를 들고 물류 창고를 오간다. 주문서를 보고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제품의 양에 따라 작고 낮은 상자, 작고 높은 상자, 크고 낮은 상자, 크고 높은 상자 그리고 길쭉한 상자를 골라 제품을 넣는다.
눈 대중으로 봐도 브랜드 종류가 100여가지는 될 성 싶은데 별 어려움 없이 척척 제품을 찾는 걸 보니 신참내기는 아닌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상자는 차곡차곡 쌓여간다. 쪼그리고 앉아 포장한지 1시간쯤 흘렀을까. 허리에 통증에 오기 시작한다. 다리도 서서히 저린다. 쌓여가는 박스의 양에 비례해 통증의 세기도 늘어간다. 요령이 피우고 싶어질 무렵 상자에 붉은 피가 묻어난다. ‘앗, 피 봤다.’ 엄지 손톱 뿌리가 갈라져 피가 배어났다. ‘이거 단순 노동이 아니라 피 볼 정도의 중노동이군.’
때마침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제품이 담긴 상자를 봉하는 것. 역시 준비물은 테이프며 대상은 상자다. 오늘은 아무래도 상자맨의 하루가 될 성 싶다. 주문서에 따라 상자에 제품을 담고 나면 검품 과정이 있다. 포장하기 전에 제품이 맞는지 다시 한번 검사한 뒤 판촉물을 넣어서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걸 포장한 뒤에 배송장을 붙여 택배에 맡기면 끝. 기자는 검품과 배송장 부착의 중간단계에서 또다시 상자맨으로 피 흘리며 활약했다.
물류 창고는 점심시간도 여유롭지가 않다. 하루 주문만 해도 600~700건에 달하지만 물류 전담 인원은 7명. 지난달처럼 주문이 많을 때는 야근도 일쑤다. 점심도 상품관리실에서 도시락과 배달로 해결한다. 상자맨으로 오전을 보내니 허기가 진다. 김치찌개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자 다시 오후 일정이 시작된다. 상자맨으로 조금 더 활약하다 전자상거래팀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오후 13:00
■ 기획하고 상담하고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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