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업체에서 매월 초 영업정책으로 나오는 패키지 상품이 전문점 재고율을 높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중소형 전문점의 경우 패키지 상품에서 소외돼 대형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패키지 상품은 원래 전문점의 판매활성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다. 5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제품구매액에 따라 판촉물을 제공해 판매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것. 하지만 중소형 전문점의 경우 사은품을 공급받기 위해 무리하게 제품을 구매하다 보니 재고율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재고를 감안해 적정량만 구입하려고 하면 사은품의 혜택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별도의 재고 관리 창고를 가지고 있는 매장은 그나마 낫다. 창고 없이 운영하는 중소형 매장의 경우 월초면 제품과 사은품으로 매장이 어지럽다. 화장품의 특성상 인테리어와 진열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넘치는 제품과 사은품 속에서 깔끔하고 단정하게 진열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소비자가 A사 제품을 구입했는데 B사 판촉물을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잠실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L사장은 “월초면 제품과 사은품으로 매장이 꽉 차 정신이 없다”며 “메이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패키지 상품들 때문에 매장관리가 너무 힘들다”고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현재 패키지 상품의 유형은 메이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대동소이하다.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300만원까지 액수별로 사은품이 제공되는 것. A사의 경우 100만원어치의 제품을 구입하면 판촉물로 화장품가방과 욕실세트, 접시, 샘플 등이 제공된다. 150만원, 200만원어치 구입시는 액수에 따라 분량이 증가한다. 상품군은 유형에 따라 기초, 색조, 마사지 등 세트로 구성이 되고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옵션으로 희망 상품군을 구입할 수가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전문점 입장에서는 샘플이나 면봉, 거울은 물론 여행용 가방 등 판촉물을 놓칠 수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패키지 상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다. 일부 전문점에서는 재고와 매장 관리 등의 문제를 대리점과의 관계를 통해 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평 지하상가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P사장은 “대리점에 양해를 구해서 제품과 판촉물을 대리점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품군도 인기 품목으로 교환해서 재고율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패키지 상품을 구입할 여력이 되지 않는 소형 전문점들은 별다른 대책도 없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구입 물량이 적기 때문에 구입원가를 낮추지도 못하고 패키지 판촉물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갈수록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신길동 주택가에서 소형 전문점을 운영하는 C사장은 “메이커가 너무 대형 전문점 위주로 영업정책을 펴기 때문에 갈수록 소형 전문점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편, 업체에서는 패키지 상품은 판매 활성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미리 구입 주문을 받아서 판촉물량을 예측하기 위해서도 패키지 상품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중소형 전문점주들은 패키지 상품이 대형 전문점에 유리한만큼 이런 정책 자체를 없애든지, 아니면 중소형 전문점에 알맞는 새로운 영업 정책안을 제시하라고 메이커에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최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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