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코스메틱 윤선영 기자] 기업에 있어 ESG(환경 · 사회 · 지배 구조)는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환경 문제와 사회 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감수성이 높아지고 이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가 주요한 소비 기준으로 정착하면서다. 기업들은 앞다퉈 ESG 중심 경영을 미션으로 내걸고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유통 산업계를 긴장케 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을 잇는 소위 'ESG워싱'의 우려도 싹튼다. 대외적으로는 ESG 경영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거나 사실보다 과장하는 것이다. 이에 기업의 ESG 지수를 측정하는 전문 기관들이 출범하고 명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한 지표가 바로 비콥(B Corp) 인증이다. 2006년 미국의 비영리기관 비랩(B Lab)이 구축한 비콥은 기업 경영 전반과 사회 · 환경적 성과를 평가한 뒤 수여하는 사회적 기업 인증이다. 평가 항목과 측정 기준이 까다롭고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등 유지 또한 어려워 글로벌 혁신 기업들 사이 신뢰도 높은 명예로 여겨진다.

B는 Benefit(유익)을 뜻한다. 기업이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Profit(이익)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비콥 인증을 위해서는 환경 · 지역 사회 · 지배 구조 · 고객 영향 · 기업 구성원 등 항목 심사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뒤 증빙과 리뷰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의 사회 · 환경적 책임 이행부터 고용과 비즈니스 모델까지 현재의 ESG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지표다.

2022년 현재 전 세계 77개국 153개 산업 분야 4,508개 기업이 비콥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5년 전인 2017년 약 2천 개에서 2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국내 비콥 인증 기업은 18곳으로 역시 2017년 단 8곳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올 초에는 국내 대표 친환경 · ESG 선도 기업인 '풀무원'이 비콥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SG 시대. 진짜 윤리적이며 친환경적인 기업을 구분하고자 할 때 비콥 인증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포진했던 인증이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소비재 기업 중에도 비콥 인증을 보유한 곳들을 찾을 수 있다.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나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올인원 ‘클렌저 퓨어 캐스틸 솝’으로 잘 알려진 닥터 브로너스는 2015년 9월에 비콥 인증을 받았다. 2020년 B임팩트 점수는 177.8점으로 인증 충족 기준인 80점을 크게 웃돌며 세계적으로 두 번째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지구의 공존을 뜻하는 철학 '올원(ALL-ONE!)'에 따라 매년 수익의 일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제품 용기에 100% PCR 플라스틱과 재활용 종이 포장을 적용하고 기후 친화적 재생 유기농업을 장려하고 있다.

올 초 닥터 브로너스 글로벌을 포함해 '더바디샵'과 '뱃져' 등 비콥 인증을 보유한 8개국 31개 뷰티 기업이 모여 '비콥뷰티연합'을 창설했다. 뷰티 산업의 지속 가능성 기준을 개선한다는 비전을 내건 이 연합은 그린워싱을 경계하고 원료 조달 · 친환경 물류 · 책임 있는 포장 등 주요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근거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 ·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카페' · 칠레 1위 와인 기업 '콘차이토로' 등이 비콥 인증 소비재 기업이며, 국내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손목 시계 '닷' · 화장품 제조사 '제너럴바이오' · 친환경 섹슈얼 헬스케어 '인스팅터스' 등이 비콥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윤선영 기자  ysy@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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