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변화 적응 못해…메이커와 전문점 상생원리 찾아야 전문점이 어렵다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지난 90년대 이후 급성장하면서 시장점유율이 한때 60%대를 웃돌던 전문점이 급변하는 유통경로 다변화 등 외부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쇠락을 거듭, 지난해는 점유율이 45%대로 급락했다. 점유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마트나 백화점, 방판 등 다른 시장이 매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전문점 위축 현상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IMF체제에 이은 제2의 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 중산층이 엷어진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고소득층과 서민층이 각각 백화점과 마트를 선호하고 있는데 비해 중산층은 전문점을 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국에 산재한 1만3천여 전문점 가운데 3천여 개는 머지않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사느냐 죽느냐의 택일을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전문점이 이처럼 위축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과다한 출혈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다. 소비자에 적합한 제품을 사용토록 카운슬링하기 보다는 마진확보를 위한 할인경쟁 속에 제품판매에 급급하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결국 출혈경쟁→가격할인→가격불신→제품불신의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전문점의 경쟁력 약화현상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상품의 다양성이나 고객의 구매 편리성, 카운슬링이 가능한 전문성 등 그동안 전문점의 강점으로 부각되던 제 요소들이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전문점 활성화 초기에 소비자 유인요건이 이었던 할인판매가 지속되면서 강점이 오히려 부정적 요인으로 부각, 소비자들로부터 불신과 불만을 초래하는 결과만 낳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문점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초래하고만 것이다. 환경변화 적응 못해...메이커와 전문점 생성원리 찾아야 외부환경 변화도 전문점 경영을 어렵게 만들고있다. 국산 브랜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튼튼한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외국 브랜드가 전문점 브랜드까지 출시하는 등 전문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외국산 선호가 강한 우리 국민의 정서에다 정부의 문호개방정책이란 원군까지 만나 외국산은 무서운 속도로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외국산이 할인시장의 대명사격인 마트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점을 지키기는 힘겨운 일이다. 그러면 전문점이 살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전문점은 전문점의 상대적 강점을 최대한 살려 과당경쟁과 가격할인을 최소화하고 전문성을 최대화하면 ‘옛날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점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점간의 제살 깎아 먹기식 가격경쟁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일이 급선무다. 카운슬링과 피부 마사지, DM발송, 고객카드 작성 등 소비자에 대한 질적 서비스 제공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다. 또한 마진위주의 제품판매가 아니라 고객 니즈 위주의 판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근시안적 마진정책보다는 고객이 진실로 원하고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때 안정된 수익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잠식당하고 있는 어려운 전문점 현실에서는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너죽고 나살자’ 식의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제품과 서비스의 질로 승부를 걸어야 전문점은 오늘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커 또한 명확한 컨셉으로 소비자 마인드에 자리잡을 수 있는 빅 브랜드를 개발, 육성해야 한다. 전문점이 가격이 아닌 질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메이커의 참다운 역할일 것이다. 제품의 질을 높이는 일은 잃었던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문점이 살아야 메이커도 산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마침 메이커들은 신년 들어 대대적인 전문점 육성 및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다. 내용대로 행해진다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원대책은 먼저 메이커의 강한 실현 의지를 필요로 한다. 전문점을 살리지 못하면 메이커도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논리를 깊이 새겨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 형식이나 구호에 그치지 않고 메이커와 전문점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윈윈(WIN-WIN)전략을 세워 하나 하나 실천해 나갈 때 전문점은 주요 화장품 유통으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조희곤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