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코스메틱 정부재 기자] 소방당국이 화장품을 화재위험 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규제할 움직임을 보여 화장품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자체 실시한 화장품 등 생활화학 제품의 화재위험시험 결과 향수, 매니큐어, 리무버, 헤어오일 등 일부 화장품 품목이 인화 발화 위험성이 높은 위험물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들 화장품 품목을 앞으로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에는 소방재난본부 주관으로 위험물 안전 관리법에 따라 대규모 화장품 유통 점포를 대상으로 인화성 물질 종류와 등급에 따라 주의표시를 제대로 했는지,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수 있는 전용보관함에 보관하고 판매하는 지 등에 대한 단속까지 실시하는 등 앞으로 화장품 유통 업계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채 위험물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화장품업계는 이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화장품을 화재 위험물로 규제하는 국가가 없고 발화점을 기준으로 화장품을 위험물관리법에 따라 제조와 유통, 관리에 일률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는 입장이다.

화장품협회 청와대 ‘국민청원’ 대응
화장품협회 이명규 부회장은 최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시판 화장품에 대한 화재위험시험결과와 함께 향후 화장품 품목을 위험물관리법에 따라 관리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전제하고 "협회내 제도분과위원회를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서울소방본부측과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장품협회는 소방당국이 화장품을 위험물 안전관리법으로 규제하는 이 같은 정책에 따른 국내 화장품 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 올린 상태다.

화장품 위험물 판정실험 의무화 추진
현행 위험물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손세정제를 팔기 위해 ‘철판 두께 1mm 이상의 3중 밀폐구조의 화재 예방 안전 캐비넷에 둬야’하고 이를 어기면 3년이하 징역의 행정처분을 받게된다.

특히 시판 화장품에 대한 위험물 판정 실험이 의무화될 경우 100개 제품에 대한 실험비만 무려 7천만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등 화장품 업계에 엄청난 비용부담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화장품 품목의 화재 위험 시험분석 기관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단 한 곳으로 규정하고 있어 특혜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위험물 관리법에 따르면 앞으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전용 보관함 있어야 하고 위험물 판정 실험을 통해 받은 등급에 따라 주의표시를 해야 하는데 한 품목 실험비가 무려 70만원이 드는 등 업계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면서 “손세정제, 향수 등 품목을 화재 위험물로 취급해 밀폐 안전캐비닛을 화장품 매장에 비치하고 판매하라는 건 이들 품목 판매활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방당국의 이번 정책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전제하고 “ 다만 정책을 실시하기 전에 해당 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험물안전관리법령 국제조화 필요
한편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인화성 또는 연소성 제품의 표기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 FDA에서 관리하는 화장품, 의약품 등의 표시에 대해서는 제외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화장품 법령에서는 화재 위험이 있는 제품에 대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제품에서의 인화성 표시 등 제품 안전성에 대한 사항은 업체 자율로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화성 액체’를 액체로써 인화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미국, 유럽과 달리 인화점이 93℃초과 250℃미만의 범위에 있는 액체도 인화성 액체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어 국내 위험물관리법령에서 인화성 액체 정의의 국제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재 기자  boojae@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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