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코스메틱 이원식 기자] 올해 초부터 중국에서 수입화장품들의 가격인하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코트라 칭다오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세가 인하된 영향을 받아 아모레퍼시픽과 에스티로더 등 해외유명 수입화장품들이 중국에서 잇따라 가격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자국에서 붙잡아두려는 세금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에스티로더 등 해외유명 화장품회사들은 올해부터 중국에서 화장품 소매가격을 인하해 중국 정부의 소비세 조정 정책에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 아모레퍼시픽 가격 인하 주요 브랜드

한국의 최대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정부의 ‘화장품 수입단계 소비세 조정에 관한 공지’에 맞춰 올해 1월 15일부터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설화수 4개 브랜드 327개 제품의 중국 판매가격을 3%에서 30%까지 인하할 예정이다.

에스티로더 역시 1월 5일부터 산하 브랜드인 에스티로더(ESTEE LAUDER), 크리니크(CLINIQUE), 맥(MAC), 바비브라운(BOBBI BROWN), 조말론(JOMALONE), 톰 포드(Tom Ford)와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등의 일부 색조화장품과 향수 제품의 중국 판매 권장 소비자가격을 인하했다. 에스티로더의 이번 가격조정 대상품목은 300개 이상이다.

▲ 에스티로더 가격인하 주요 브랜드

로레알도 지난 4일 관련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가격 인하 범위에 포함되는 브랜드는 랑콤, 에르메스, 입생로랑 등이며 이번 가격 조정은 2017년 1월 1일부터 실시된다. 로레알은 브랜드마다 가격 조정 범위가 다르다고 밝혔으며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시세이도와 한국의 미샤의 경우엔 아직까지 가격인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중국 화장품 산업에서 수입브랜드의 이같은 가격인하는 2015년에 이미 한 차례 있었다. 2015년 6월 1일부터 중국은 의류, 신발, 피부케어 제품, 기저귀 등 일용 소비재의 수입관세를 모두 낮췄고, 이 중에서 피부케어 제품의 수입관세는 5%에서 2%까지 조정했다. 이후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모두 잇따라 가격인하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30일 중국 재정부는 10월 1일부터 일반 화장품 소비세를 폐지하고 과세 대상을 ‘고급화장품’으로 한정한다고 밝히면서 세율은 기존 30%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세 징수 범위에 속하는 화장품은 고급 미용화장품, 고급 피부케어 화장품 및 세트 화장품 등이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측은 추후 기타 브랜드 제품의 가격인하는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마몽드 브랜드를 예로 들며 “해당 브랜드의 모든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돼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브랜드에 상당한 타격"
해외수입 화장품의 이번 가격인하로 인해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와 해외직구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현재 단계에서 화장품 가격이 나날이 투명해지고 있어 해외 화장품 기업이 중국 소매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의 국내외 소매가격 차이는 약 50%에 달한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해외쇼핑, 해외직구 및 글로벌 전자상거래로 인해 중국 내수소비는 해외에 분산되고 있다. 해외 화장품 기업은 이번 중국의 세수 조정을 기회로 삼아 중국 시장 전략을 재조정해 더 많은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중국 칭다오무역관은 중국 현지 브랜드에 충격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많은 수입 브랜드가 모두 중국 시장의 규모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현지 브랜드의 성장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 화장품 브랜드 경쟁에 중요한 거대시장이다. 2015년 중국 화장품 소매가격의 증가속도는 약 10%이며, 전통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가격 증가률은 모두 5% 이하다.

일본의 한 화장품 전문가는 "이번 수입브랜드의 가격인하로 인해 에스티로더날 로레알보다 가격이 비교적 낮은 편인 한국 화장품의 가격인하가 중국 현지 브랜드에 더욱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최대 가격인하율은 30%에 달하며, 로레알 등 브랜드에 비해 가격인하 범위가 한정적인 상황임에도 사상 최대로 가격인하를 단행했다는 것.

중국 브랜드 연구소 주단펑 연구원은 과거 몇 년간 세계 경제 불황의 영향으로 고급 화장품 브랜드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향상과 소비업그레이드 현상으로 고급 화장품의 기존의 개인적 소비는 현재 대규모, 집단적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억 화장품 구매 서비스 플랫폼 백운호 설립자는 “이번 경쟁은 브랜드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국가 간 판매 경쟁”이라며 “가격인하는 한 기업 내 제품의 국가 간 가격차이를 완화시켜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형평성을 가져다주며 더 많은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칭다오무역관 이맹맹 연구원은 “이번 화장품 브랜드의 가격 인하는 주로 색조화장품에 집중돼 있는 편이다. 관련 세금을 제외하고 약 80%의 이익률을 기록하는 색조화장품은 상당한 가격인하 여유를 갖기 때문에 화장품 소비세 조정 이후에도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또 한 번 가격인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원식 기자  wslee6@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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