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코스메틱 이원식 기자] 중국 정부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를 20% 줄이라는 지침을 자국 여행사들에게 통보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화장품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유커 상대로 K-뷰티 특수를 누렸던 화장품업계는 이번 지침이 가져올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규제한다는 방침을 정한 뒤 일선 여행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 한국 관광객을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이고 현지 쇼핑도 하루에 한 번만 진행하라는 지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어기는 국민에게는 약 30만위안(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방침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사드 배치 공식화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중국 정부는 저가여행의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일 뿐 ‘한국’이나 ‘20% 축소’ 등의 내용은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는 598만명에 이르며 올해는 8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국내 여행에서 지출한 돈은 139억 달러(약 15조원)로 유커 20%가 감소할 경우 약 3조원의 관광 수입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중국 관광객 매출액이 약 60~80%에 이르는 화장품업계는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 중국여유총국의 자국민 한국관광 규제 요약

다만 증권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채널 비중이 큰 화장품기업들에게는 분명히 부담이지만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리서치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 업체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비중은 80%이며 면세점 영업이익 비중은 35%로 추정된다.

LG생활건강의 면세점 영업이익 비중은 30%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기존 추정치 대비 아모레퍼시픽은 3.3% 감소, LG생활건강은 2.6% 감소하게 된다는 예상이다. 이는 기존 중국 인바운드 대비 12% 감소하는 것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보다 LG생활건강의 매출감소 여파 즉, 이익민감도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보다 면세점 노출도가 높지만 향후 이익 민감도가 낮게 측정된 것은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채널 이익률이 LG생활건강보다 다소 낮은 반면, 면세를 제외한 타 채널과 사업부의 평균 이익률은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LG생건 “매출 영향 등 지켜봐야”
현재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측은 중국의 유커 규제와 관련해 면세점이나 브랜드숍 매출 여파 등 자사 사업에 대한 영향을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의존도 추정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국내 면세 비중이 약 30%에 이르지만 국내 면세 사업에 의존하기보다 중국 현지에서의 고객 접점 확대를 통해 성장하는 데 전략을 맞추고 있다. 몇 가지 변수로 인해 면세 사업의 매출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중국 현지 사업과 글로벌 면세의 확장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이들 대기업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오히려 화장품 대기업보다는 평균 30~50% 유커 매출에 의존하던 로드숍 브랜드들의 매출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저가 화장품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기업보다 중소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중소업체의 경우 유커의 의존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 회복이 지연될 경우 내년 유커 유입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브랜드업체들이 우려가 더 크다. 면세점 특히 화장품 소비자 중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70% 상회)을 감안할 때 브랜드업체들의 올해 실적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이번 중국의 조치로 국내 화장품업종의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면세점 매출 감소 등이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여행·유통업계에서는 사드배치나 중국 정부의 규제 등과 상관없이 국내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행사 간의 과다한 할인경쟁으로 저가상품이 범람함에 따라 질 낮은 숙박업소, 관광지에서의 각종 끼워팔기, 바가지 상술 등이 유커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번 규제도 명분상으로 저가여행의 폐해를 바로잡겠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정부와 일선여행사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관광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원식 기자  wslee6@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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