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는 화장품산업. 이에 버금가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을 받는 산업이 바로 캐릭터 산업이다. 이 두 가지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합해지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캐릭터화장품은 시장에서 그에 걸맞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팬시점이 화장품코너를 따로 마련해두고 각종 팬시용 화장품들을 진열해놓고 있다. 팬시점의 주 고객층이 10대∼20대의 젊은층인 만큼 화장품 역시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전문적인 화장품 판매장소인 화장품전문점과는 아무래도 성격이 다른 만큼 여기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팬시적인 느낌이 강한 제품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 캐릭터 라인에서 출시된 화장품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 헬로 키티, 마이 멜로디, 파자마 시스터즈, 딸기, 로티와 로리 등 캐릭터화장품은 그 종류도 가지가지. 하지만 이들 중 시장에서 ‘화장품’으로서 인정받으며 일정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헬로 키티 정도. 일본 산리오의 유명 브랜드 헬로 키티 캐릭터를 라이선스로 들여와 화장품 판매를 하고 있는 무궁화화장품은 산리오 전문매장과 일반 팬시점 등에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초는 물론이고 에센스, 파우더, 바디용품 등 다양한 품목구성을 이루고 있는 무궁화화장품의 헬로 키티는 일반적으로 팬시제품이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화장품가격과 비슷한 가격대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이처럼 헬로 키티가 인정을 받는 이유는 약 25년간 장수하고 있는 캐릭터 인지도와 함께 이에 걸맞는 제품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워낙 장수하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 자신이 사용했던 캐릭터의 화장품을 자신의 자녀에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실제 무궁화화장품에서 매출의 상당부문을 베이비 제품이 이루어내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10대 전용 화장품을 추구하는 파자마 시스터즈 시리즈는 국내 캐릭터로 각종 팬시점에 입점해 있고, 그 구성도 기초와 색조 골고루 갖추고 있지만 매장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얻고 있지 못한다고 팬시점주들은 입을 모은다. 때문에 파자마 시스터즈 제품을 판매하는 필므와 같은 경우도 제품 판매여부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 이처럼 같은 캐릭터화장품임에도 불구하고 엇갈리는 결과를 낳는 것은 캐릭터사업이라는 것이 상당히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쉽사리 포기하는 경향이 짙은데 캐릭터란 장기간 공을 들여 가치를 어느 수준까지 높여 놓으면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가치를 배가시켜나가는 특성을 지닌다. 캐릭터 사용은 기업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해 기억하도록 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이다. 특히, 이미지를 중시하는 화장품업계에서는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인지도를 상당부문 향상시킬 수 있다. 팬시제품과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참존화장품의 경우 ‘개구리 박사’캐릭터를 광고 등에 최대한 활용하며 연구하는 기업 이미지는 물론이고 개구리 그림을 보면 참존을 연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최근 캐릭터화장품을 준비했었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 캐릭터가 인기를 얻어 그와 관련된 제품을 준비해 출시할 단계가 되면, 다른 캐릭터가 인기를 얻고 이전의 캐릭터는 쉽게 잊혀지기 때문에 캐릭터 제품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제품군이다”라며 캐릭터 제품의 마케팅적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하나의 성공 캐릭터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캐릭터화장품이 자리를 잡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팬시점을 중심으로 캐릭터화장품들은 조금씩 그 유통경로를 뚫어가고 있다. 1천원∼3천원 안팎의 립글로스와 매니큐어 등은 상당한 인기품목으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들에게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태. 저렴한 가격의 팬시점용 화장품이 인기를 끌며 epos같은 소규모 색조전문업체는 팬시용품은 아니지만 팬시점에 제품을 진출시키고 있다. 종로 2가에서 큰 팬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2, 3년전 인기를 끌다 시들해진 팬시용 화장품이 최근 들어 다시 조금씩 인기를 얻어 구색상품으로는 손색이 없다”며 “화장품류는 저가 제품일수록 호응도가 좋고 향수는 고가일수록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제품의 기능을 우선시하는 기초제품류는 아직까지 팬시용 제품이 품질력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서서히 인지도를 늘려가고 있는 저가의 색조제품은 팬시점을 통한 매출성과와 관련한 행보에 관심을 기울일 만 하다. <신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