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 전문점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전문점 매출이 지난 5월 성수기까지만 해도 전체적으로 회복궤도에 오르는 듯 싶더니 6월 비수기에 들면서 매출 격차가 다시 천차만별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명동이나 신촌, 강남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주요 상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번 비수기가 전문점 구조조정 시기가 아니냐는 의견이 일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30여개의 전문점이 위치한 명동의 경우 토다코사나 미니몰 등 대형매장의 매출은 성·비수기를 크게 타지 않고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인근 중소형 매장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큰 폭의 매출 감소가 일어나고 있다. 유통가에는 이런 양극화 현상에 대해 ‘한집 건너 한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문점이 포화상태에 빠지면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권의 소화능력에 비해 매장수가 지나치게 많은만큼 자본주의 원칙에 의해 경쟁력이 있는 매장이 그렇지 못한 매장을 흡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메이커의 시판 시장 활성화 방안도 전문점의 양극화 현상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패키지 제품을 구입해야 판촉물이 제공되기 때문에 구매력이 강한 대형매장은 판촉물이 남아도는 반면 패키지 제품을 구입할 능력이 되지 않는 중소형 매장은 상대적으로 판촉물 지원에서 소외된다는 것. 일부 중소형 매장은 판촉물을 희망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따로 판촉물을 구입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경쟁력이 더욱 약화되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패턴도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사회전반에 ‘대형 매장은 가격이 저렴한 곳’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실제 가격과는 상관없이 매장이 큰 곳을 우선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다. 중소형 매장 점주들은 이런 양극화 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메이커의 차별화 정책 때문에 대형 매장과 경쟁하기가 더욱 힘들다”며 그 원인을 메이커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메이커에서는 “영업 실적상 대형 매장 중심으로 전문점을 지원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며 현실적 이유를 들었다. 시판시장의 재조정 과정에서 대형화·전문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중소매장의 경영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주택 지역에 위치한 일부 전문점은 철저한 고객관리를 통해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동의 한 전문점은 인근에 대형매장과 마트, 백화점을 끼고 있지만, 세심한 고객관리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와의 유대 관계를 돈독히 쌓아 이른바 ‘정’을 통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매장의 점주는 “인근에 대형 매장이 위치해 있어 가격이나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어 고객관리와 카운슬링에 역점을 두고 판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매장의 셀프셀렉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카운슬링을 강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유통전문가들은 “대형 매장의 위세 속에서 중소형 매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철저한 고객관리와 카운슬링 뿐”이라며 중소형 매장의 강점을 부각시킬 것을 강조했다. <최철용 기자/ 사진 업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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