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예술가 한광석이 자신의 염색 작품 120점을 모아 오는 20일까지 압구정동 디 아모레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무명과 모시에 담은 쪽빛이다. 무명은 합성섬유로 이젠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섬유지만 거친듯 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배어 나온다. 이에 반해 모시는 섬세한 질감으로 부드러운 쪽빛을 비롯한 홍화의 붉은빛, 황백의 노란빛을 투명하면서도 칼칼하게 우려내고 있다.
한광석은 “도야지(항아리)속에 코 박고 10년을 버텨야만 쪽색을 안다”고 말한다. 그는 쪽빛에 집착한다. 특히 무명에 들인 쪽빛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한광석은 벌교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뿌리깊은 나무’의 발행인이던 삼촌 한창기의 영향을 받고 자랐다.
한국문화의 사업화에 조예가 깊었던 고 한창기 선생에게 영향을 받아 대장장이, 한지 만들기, 도자기 굽기 등을 경험하며 한국의 전통문화에 빠져 들었다. 그러던 그는 당시 이름도 생소한 쪽을 심으며 염색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 후 한광석은 본격적으로 염색을 자신의 평생 업으로 삼기로 작정하고 벌교 고향집으로 들어가 염색작업에 집중했다.
그는 1993년까지의 염색작업 결과를 모아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전통염색전을 개최했고, 1997년에 다시 학고재에서 염색전을 열어 우리 천연전통 염색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된 작품들은 무명과 모시에 홍화와 소목으로 우려낸 붉은 색, 황련과 황백으로 우려낸 노란색, 또한 전통적인 오방색인 동쪽의 청색, 서쪽의 백색, 남쪽의 붉은색, 북쪽의 검은색, 중앙의 황색으로 염색된 무명과 모시도 선보이고 있다. 이 다섯 가지 색을 책의 표지에 응용한 작품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옷감은 일년동안 농사며 수차례의 손길이 닿아야만 한 까닭에 비싸다. 무명이 한필(20자·10ｍ)에 200만원, 명주와 모시는 한필(40자·20ｍ)에 400만원이다. 무명 한필이면 양복 위아래 한벌이 나온다. (463호 10면)
신연종 기자 samsam21@csmt.co.kr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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