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외형성장속 멍드는 화장품산업 대한화장품공업협회는 최근 식약청내에 독립된 화장품과를 신설해주도록 정부에 건의했다. 이같은 건의는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가 연간 약 4조원(국산 제품 3조원, 수입제품 1조원)에 달해 세계 10위권을 마크하고 있고, 세계 1백대 기업에 6개 국내 업체가 들어있는 등 적어도 외형적인 면에서는 세계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독립된 부서가 마련돼 있지 않아 효율적인 업무처리에 문제점이 많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굳이 화장품공업협회의 건의 배경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화장품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화장품 관련업무는 정부부처인 식약청에서 서자나 다름없이 냉대를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액은 제약산업의 경우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비해 화장품은 고작 몇억원에 불과합니다. 당국은 화장품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화장품연구에 평생을 받쳐온 한 화장품산업 관계자의 말이다. 이렇듯 정부의 지원이 빈약하다 보니 신소재 화장품의 개발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신소재 화장품을 하나 개발하려면 평균 6백억원의 연구비와 7∼8년의 연구기간이 투자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비와 연구인력이 빈약한 국내 업체들로써 R&D(연구·개발)투자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세계 10대 시장 불구 신소재 개발 전무…외형보다 내실 다질때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화장품사 56년 동안 반반한 신소재 화장품 하나 개발하지 못했다. 선진국의 경우 R&D투자 비율이 연간 총매출액의 5∼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상위 몇 개사를 제외하고는 대개 2∼3%, 심한 경우 1%를 밑돌고 있다. 연구인력도 세계 최대 화장품사 로레알의 경우는 3천명을 넘고 있고, 9위인 일본 가오가 1천2백명, 4위인 시세이도가 9백명에 달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위 업체가 고작 2백50명 정도고, 중견 기업들은 대부분 몇 십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 나머지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연구·개발 흉내만 내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우리는 여기서 신약개발에 성공, 구미(歐美)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가까운 이웃 일본의 예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화장품산업과 유사한 일본의 제약산업은 지난 50∼60년대까지만 해도 R&D투자가 크게 미흡, 미국이나 유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80년대부터 R&D 투자를 크게 늘리는 등 신약개발에 본격 뛰어들면서 현재는 구미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 있다. 일본이 지금까지 개발한 신약만도 무려 40∼50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화장품산업이 외형이 아닌 내실위주의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화장품사들은 예산과 연구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신소재 개발을 포기 한 상태다. 물론 개발 여건이 나쁜 기업들은 합작 등을 통한 R&D 투자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어느 외국사나 국내 대형사가 실익이 없는 중소업체와의 합작을 추진하겠느냐 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남는다. 일부 화장품 개발 전문가들은 정부가 R&D투자에 대한 직적접 지원이 어려우면 정부내 유휴 시설이나 연구인력, 또는 대학 등 연구기관을 활용하도록 업체에 배려해 주는 방안이라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정부의 화장품업산업 관리는 규제, 혹은 감독보다는 지원이나 보호·육성 쪽에 무게가 실려야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화장품산업 육성을 등한시하다가는 한국의 화장품산업은 이 땅에서 종말을 고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시장에는 개방화물결을 타고 외국사들이 물밀 듯 몰려와 안방이 점령당하고 있다. 현재 외국사들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약30% 정도에 달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70∼80%까지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의 화장품산업이 고사하지 않으려면 세계 어느 나라도 보유하지 못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계 1등 브랜드를 만드는 겁니다. 정부와 업체가 위기의식을 갖고 뼈를 깎는 자세로 노력하는 길 밖에 없어요.” 한 화장품 연구원의 위기대처방안이다. <조희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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