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기능성화장품 출시 못해 ‘냉가슴’ 요즘 기능성화장품 문제가 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의 오랜 현안이 돼왔던 화장품법이 지난해 7월1일자로 발효되고, 이 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 관련 고시가 발표됨으로써 이제 화장품업계의 기능성화장품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껏 부풀어 있는 상태다. 그동안은 약사법하에서 별다른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제조·유통되던 기능성화장품이 이제는 당국의 심사를 필하면 떳떳이 법적 보호를 받고 시장에 나와 소비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성화장품이란 화장품 중에서 피부의 미백이나 주름개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등의 효능을 가진 제품으로 소득증가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능성화장품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각 메이커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품법이 발효된지 8개월이 되도록 기능성화장품 생산이나 출시를 위한 후속조치들이 마련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있다. 화장품법 발효에 따라 기능성화장품이 출시되려면 반드시 식약청의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까지 심사를 위한 기준이나 시험방법 등이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각 화장품 메이커들은 기능성화장품 심사 요청을 위해 식약청에 약 3백건의 제품을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 하지만 현재까지 심사가 완료된 제품은 전무하다. 식약청의 후속조치 마련이 늦어지자 일부 업체들은 이미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해 재고물량이 넘쳐나고 있으며, 심한 경우 제품을 폐기 처분해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후속조치 늑장 탓…문제 해결 위해 융통성 발휘 아쉬워 일부 화장품업체들은 화장품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기능성심사를 받지 않고 기능성을 표방, 유통시켰다가 무더기로 행정처분을 당한 지난해 가을의 쓰라린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외국산만 기능성으로 인정돼 반사적 이익을 챙기게 됐다며 국내 메이커들은 울상이다. 메이커들은 특히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자외선 차단 크림 등을 출시해야 하는데도 기준치가 마련되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 지금 당장 임상실험에 들어간다 해도 그 데이터가 나오려면 보통 3∼5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이제 여름 장사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는 것이 문젭니다. 너무 원칙에만 집착말고 융통성을 발휘해 심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당국의 후속조치 마련을 기다리다 지친 중견 화장품 메이커 A사장의 따끔한 충고다. 식약청이 후속조치를 제때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법이 그렇듯이 화장품법도 충분한 사전 검토와 연구 및 분석· 공청회 등을 거쳐 시행에 들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추세와 법 시행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여론에 밀려 서둘러 졸속으로 입법화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능성 평가 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식약청도 이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식약청은 업계의 요청으로 국회가 서둘러 입법화해 놓고 문제점이 드러나자 여론의 화살은 자신들에게 날아들고 있다며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이나 유효성 등에 대한 타당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쉽게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겠느냐 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신청 받은 300건의 심사를 ‘자판기에서 컵이 나오듯 쏟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만 이달 말까지 심사를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심사의뢰 내용이 미비할 경우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심사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화장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도입한 화장품법이 기능성화장품 문제로 실시 초기부터 모진 시련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당국이나 기업에게 모두 불행한 일이다. 기능성화장품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가진 화장품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이해와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당국은 보다 융통성 있게 기능성 심사를 속속 진행해 업계의 고충을 해결하도록 해야한다. 업계 또한 기능성화장품문제를 개별회사 입장에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도입돼도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자칫 도입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조희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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