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현상 갈수록 심화 우리 경제는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변화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진 자가 더 가지고 못 가진 자는 더 못 가지게 되는’ 소위 ‘부익부 빈인빈(富益富 貧益貧)’현상의 심화이다. 모름지기 조직은 허리부분이 강해야 원활히 작용하게 되는데, 중산층이 주 구성원인 허리가 점점 얇아지다 보니 우리 경제는 기형적이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장품업계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지난 99년의 경우 생산실적은 태평양이 7천6백51억원(시장 점유율 27.3%), LG 4천4백75억원(〃 16.0%), 코리아나 1천8백79억원(〃 6.7%)으로 이들 ‘빅3’가 전체 시장의 50.0%를 점유하고 있다. ‘빅3’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는 더욱 증가해 56%, 올해는 58%대로 각각 높아질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이번 분석에 따르면 지난 98년의 금융위기로 위축된 화장품시장은 올해는 방문판매와 백화점 등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전년대비 12% 성장세를 보이고,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성장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의 과실(果實)이 장업계 골고루가 아닌 일부 대형업체에만 주로 돌아가고 있다는데 문제점의 심각성이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수요층이 성인 여성뿐 아니라 남성과 10대 및 노년층으로까지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고, 기능성 화장품 개발과 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적어도 향후 3년간은 연평균 10% 전후의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성장의 과실이 편중화 현상을 보임에 따라 중소 업체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만 하더라도 일부 기업이 청산기업 명단에 올라 현재까지 존재 여부가 불투명하고, 또 일부는 부도 등의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현재도 상당수 중소업체의 경영악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또 어느 업체가 부도의 위기로 몰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업체의 급속한 한국시장 잠식도 중·하위권업체들의 존립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로 회사창립 7주년을 맞은 로레알 코리아는 매년 중단 없는 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매출액이 2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업체들은 앞선 마케팅기법과 높은 품질을 무기로 백화점 등 고가 화장품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외국업체들은 중·저가 시장인 전문점과 마트 시장까지 파고들 태세여서 국내 업체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힘이 아닌 시장원리 지배해야 균형발전…중소업체 R&D투자 강화 시급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시세이도와 알비온 등 일본 화장품업체들의 한국시장 선점경쟁이 본격화돼 국내 화장품시장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중소업체가 지키던 허리부분을 중소업체의 시장지배 약화로 외국업체가 대신할 수 도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제약회사와 식품회사 등 타 업종회사의 화장품산업 진출도 중소 화장품업체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 화장품법이 발효되면서 화장품산업 발전이 기대되자 제약회사와 식품회사, 바이오벤처회사, 개인회사, 수입회사 등 지난 한해동안에만도 무려 30여개 업체가 화장품 산업에 뛰어들었다. 대형업체들은 자본력과 기술력이 앞서있어 비교적 영향을 덜 받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업체들은 외국사의 국내 유입이나 타 업종 회사의 화장품시장 진출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장 여건이 어려워지자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중소업체에 대한 배려를 아쉬워하고 있다. 대기업이 너무 매출이나 수익증대에만 연연하지 말고 중소업체에도 ‘파이’가 돌아가도록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相生)을 해야지, 중소기업이 죽고 대기업만 살면 대기업은 결국 막강한 외국업체들과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시장질서를 ‘시장원리’가 아닌 ‘힘의 논리’로 잡아보겠다는 대기업의 시각은 바뀌어야 합니다.” 한 전문점 관계자의 탄식이다. 이 관계자의 탄식이 아니더라도 균형적인 장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남도 생각하는’ 아량을 베풀어야지 힘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시장 운영은 이제는 지양돼야 한다. 중소업체 또한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을 견지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R&D(연구·개발)투자 확대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살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장 점유 비는 날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 <조희곤 편집주간>

  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