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는 수출 뛰는 수입’출구가 안 보인다 “우리시장을 외국인에 빼앗기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젭니다. 그러나 개방화시대를 맞아 마냥 국내 시장을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빼앗긴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시장을 해외에서 개발하면 됩니다.” 국내 화장품시장을 위기로 진단한 A화장품사 B이사의 처방 안(案)이다. 오늘과 같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 체제 하에서는 외국 제품이 국내에 물밀 듯 몰려들고 있는데 대해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B이사의 말대로 외국인에 빼앗긴 국내 시장 이상을 해외에서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수출실적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 동안 2천9백만 달러 어치의 화장품을 해외에 수출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우리의 화장품 수입액은 1억5천만 달러를 기록, 무역적자가 무려 1억2천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만원 어치를 수출했다면 이보다 5배나 많은 5만원 어치를 수입한 셈이다. 너무나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이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이 같은 수출실적이 아니라 그 추세다. 수출증가가 거북이 걸음이라면 수입증가세는 토끼걸음이다. 96년을 기준으로 한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출입 현황을 보면 수출증가율이 연평균 15.7%에 불과한데 비해 수입증가율은 무려 71.9%에 달했다. 해가 갈수록 무역역조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입이 수출보다 5배나 많아… 국제 경쟁력 확보 통한 수출시장 다변화 시급 수출의 질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은 현재 해외에서 내실위주가 아닌 외형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한 예로 일부 수출업체들은 적자 운영이 우려되는데도 가격인하경쟁을 하거나 현지 채용 인력의 급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대상도 외국인보다는 주로 해외 교포를 상대로 하고 있어 국부 증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말이 수출이지 그게 어디 수출입니까? 국내에서 보낸 원료로 현지 공장에서 생산, 교포를 상대로 팔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화장품유통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C 사장의 푸념이다. 수출 대상국 또한 선진국보다는 동남아나 남미,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수출시장의 다변화 및 신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출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선진국, 그 중에서도 특히 세계 일류 브랜드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백화점 입점이 선결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 업체끼리 지나치게 경쟁하다 보니 국내 화장품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화장품은 이미지 산업인데 과당경쟁으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 서로에 피해가 갈 뿐이다. 국제 무역환경도 우리에게는 점차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최대 교역국 중국은 관세 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중국은 내년1월1일부터는 수출업자에 대해 품질검사에 앞서 반드시 라벨검사 필증을 교부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화장품 수입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우리의 수출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가 오늘의 어려운 화장품산업에서 탈피하려면 무엇보다 내수기반 및 국제 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원료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투자 및 화장품 관련 제도의 국제화를 지원해야 한다. 또 업계는 고객만족의 품질경영에 힘쓰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희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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