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안방이 외국의 ‘점령군’에 짓밟히고 있다. 수십년간 갈고 닦은 삶의 젖줄이 불과 몇 년만에….” 언제부턴가 우리의 화장품업계에서는 이러한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다가는 얼마 있지 않아 국내시장을 송두리째 내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실제로 지난 99년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입액은 2억1천6백70만 달러를 기록, 98년의 1억1천5백13만 달러에 비해 1년 동안 무려 88.2%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수출은 5천61만 달러로 전년의 4천5백32만 달러에 비해 11.7%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화장품 부문에서만 1억6천6백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역조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화장품 수입 증가는 올 들어서도 계속돼 지난 상반기 동안 1억5천만 달러를 기록,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액의 69.2% 수준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전체의 절반 수준인 7천6백만 달러에 달했다. 점령군은 비단 EU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 일본과 미국도 무서운 속도로 한국시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그들의 국내 시장 진출 방법도 다양하다. 그동안 외국사들은 국내 자회사나 수입전문업체를 통해 국내 시장에 들어왔으나 이제는 직수입, 또는 라이선스 형태로 브랜드를 출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업체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TV와 활자매체 등 매스컴을 통한 광고를 강화하고 있는 등 공격적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외국사들은 특히 많은 이윤이 보장되는 고기능성 화장품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백화점 등 고가 화장품 유통시장을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 업체의 전문점에 대한 고가품 ‘파고들기’에 편승, 이제까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던 전문점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고가화장품 유통시장만을 상대하던 외국사들이 이제는 중가 시장인 전문점까지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고급은 물론 중저가 시장까지 ‘섭렵", 메이커와 유통업자 마인드 바뀌어야
또 일부 유명 외국 업체는 할인점의 대명사인 마트 전용의 중저가 브랜드 출시까지 계획하고 있는 등 유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고가화장품은 물론 중저가 시장까지 모두 섭렵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취급 품목도 화장품 뿐 아니라 미용실과 미용기기, 미용 노하우 등 화장품이나 미용산업 관련 전분야에 광범위하게 걸쳐있다. 그야말로 저인망식 시장 공략법이다. 현재 1백% 외국자본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 A사는 오는 2003년까지 국내 3위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또 유럽계 다국적 기업 B사는 매출목표 1천억원을 달성, 5위에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 목표가 달성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그들의 목표대로 3위, 또는 5위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도 있음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현재 그 위치 올라있는 국내사는 그 자리를 내주고 어디로 갈 것인가.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노라 하는 3∼4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현재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며 이 가운데 일부 업체는 현재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 시장은 몇몇 유명 국내 브랜드만을 제외하고 대부분 외국산으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제2의 대만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대만은 현재 외국산의 자국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해 있는 등 사실상 ‘화장품 식민지’로 변해 있다. “외국산이 우리의 안방까지 깊숙이 침투한데는 국산이 소비자의 ‘갈증’을 풀어주는데 미흡했던 것이 큰 원인이라 봅니다. 로컬 브랜드는 외제와는 달리 가격이 들쭉날쭉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상실한 거지요. 가격은 힘의 논리가 아닌 시장원리에 맡겨야 합니다.” 수입화장품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 대한 모 전문점 관계자의 뼈있는 비판이다. “전문점도 이제는 눈앞의 이익추구에만 급급하지 말고 앞을 내다보며 장사를 해야 합니다. 영업 마이드가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한 유명메이커 시판담당자의 말이다. <조희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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