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의 스타일 과 컬러가 판을 치던 지난날의 뉴욕을 잠재우려는 듯 블랙 컬러-검정색이 요즘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 중 하나인 앨리스 로이양은 올 봄 콜렉션을 몽땅 검정색으로 해 버렸다. 좀 심각해져야겠다 싶어서 였는데 그러려면 블랙이 안성맞춤이더라는 것. 정신없이 설치던데 싫증이 나던 참에 9.11 대참사가 터져 정신이 번쩍 들게 되었고 이제는 좀 정신차려야 겠다 싶은 마음의 반영일까? 회색이 받쳐 주는 속에 검정색이 앞장 서 곳곳에 들어앉고 있는 것이다. 관념 예술가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이기도 한 크리스티나 번스틴양은 그러면서 검정색을 치료제라고도 주장한다. 고대 인디안들은 무지개가 검정색에서 나온 것으로 믿을 정도로 검정색은 모든 색의 으뜸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누구나 검정색 옷을 입게 되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다년간 관찰에 의한 결론으로 검정옷은 마스크의 역할을 할 뿐더러 보는 이에게 스스로를 웅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검정 립스틱, 검정 손톱 물감의 횡행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 그녀의 예견. 일본 출신 디자이너 레이 가와꾸보양은 7가지의 검정색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뉴욕 FIT 대학의 패션 역사학자인 발레리 스틸여사에 의하면 검정색은 엉덩이 라인 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주기를 가지며 나타난다. 1910년대 1차 대전 후, 20년대의 샤넬 블랙 드레스 등 주기적으로 계속 되며 50년대의 칵테일 드레스 등 쉼이 없었다는 것이다 검정색은 눈에 띄지 않게 편하면서도 자신감을 돋워준다. 그리고 기질을 보여 준다. 마론 브란도 와 제임스 딘의 검정 가죽모자와 점퍼가 그걸 웅변한다. 뉴욕 출신 최고의 디자이너 중 하나인 돈나 카렌양이 제일 즐기는 것도 검정 캐쉬미어다. 성공한 직업 여성을 검정색이 표현해 주는 것이다.(265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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