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임대해 경영하고 있는 전문점주들은 앞으로 재계약과 건물주 부도 걱정을 덜어도 될 것 같다. 지난 5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합의돼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안’에 의해 전문점주들의 권익보호가 한층 더 강화됐다. 임대차보호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임대차보호법의 설립 취지는 영세 임차인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 그동안 영세 임차인들은 임대인이 자의적으로 임대료를 올리거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혹시 건물주가 부도가 나게 되면 그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하지만 이제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법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영세 전문점주를 비롯해 400만 상인들이 기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임대차보호법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영세상가 임대차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소 5년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법안은 대통령이 정한 일정 금액 이하의 임대차의 경우 1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맺돼 4번에 걸쳐 갱신할 수 있도록 해 최소 5년간 영업을 보장했다. 재임대자의 경우도 1차 임차인과 똑같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3기 이상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임차인의 불법 부정행위, 임차인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는 예외로 했다. 또 임대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할 경우, 혹은 임대건물의 일부가 파손될 경우에는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다. 또 하나의 핵심 내용은 건물주가 부도를 내도 보증금 중 일정액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영세상인들은 재산권 보호를 위해 최소 생계비에 해당하는 액수의 보증금을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찾는 ‘보증금 최우선변제권’과 상가 임차인의 사업자 등록일이 저당권자 저당 설정일보다 앞설 경우 먼저 찾는 ‘우선변제권’이 부여된다. 이와 함께 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한폭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해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막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꿀 때도 시중은행 금리와 당해 지역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법안에 따라 일부지역 상가에서는 법시행 전인 이달 내에 임대료를 대폭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건물주들은 임차인에게 5년동안 재계약이 보장되는 만큼 임대인의 위험부담이 커져 임대보증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법시행에 따라 임대차 계약이 투명해짐으로 기존 거래에서 만연했던 ‘권리금’이 소멸될 가능도 있어 건물주들은 최소한의 권리금만큼은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임차인의 창업의욕을 높이는 등 전문점주들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보호막을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법안은 보호대상 임대차 규모를 대통령령으로 일정 금액 이하로 정하도록 해 중․대형 전문점이나 백화점 입점상인 등은 보호받지 못한다. -최철용 기자 a4g@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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