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였는데 제조까지 손 댄 것이 치명적이었어요. 너무 덤볐던 것 같아요.” 저간의 사태를 회고하자니 속이 탄다. 담배를 빼 문 손이 떨리는 듯싶더니 시선이 허공에서 흔들린다. 책상 위를 배회하던 담배 연기가 스멀스멀 그의 과거를 더듬고 있었다. 도도화장품 임용성 대표. 얼마 전 3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지난해 6개월치 성적이다. 빨간통 한가지 브랜드로서는 괄목할 성과다. “어렵다는 일본 시장을 공략한 것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빨간통은 소니플라자에 입점하며 일본 열도에 바람을 일으켰다. 소니 플라자는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버라이어티숍. 입점 자체가 품질보증을 말한다. 이곳에서 베스트 상품으로 꼽히면서 지난 3년 반 동안 500만개가 팔려 나갔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메이드인 말레이시아가 히트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한국산에 대한 평가가 낮다. 지금 거래하는 곳은 모두 2천여 곳. 새해 3월이면 빨간통2가 나온다. 서로 달라고 줄을 섰다고 한다. 지난 10월에 내놓은 씨네오라 마스카라도 4일만에 2만개가 동났다. 왜 도도가 일본에서 강할까. 도도는 일본에 현지인 디자이너가 있다. 상품의 문구나 디자인을 일본인 감각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내년 5월엔 OEM을 통해 일본에서 직접 생산한다. 메이드인 저팬이 탄생하게 된다. “싱가포르 대만에도 수출 계약을 했고요. 홍콩 왓슨에도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동남아가 이제 한 손에 들어올 정도다. “일본에서 성공했는데 동남아는 시간문제입니다.” 무역회사에서 잔뼈가 굵어 오로지 수출밖에 모른다. “올해는 약 500만달러 정도 될 것 같고 내년은 1000만달러에 도전할 겁니다.” 빨간통 씨네오라 도도클럽이 힘을 합치면 어려울 것도 없다는 판단이다. 내수는 사실상 접었다. 도도클럽에만 공급한다. 수출밖에 없다고 말하는 임 대표는 내년엔 러시아 진출을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 칠레 페루 등 남미까지 임 대표의 수출 지도에 그려져 있다.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이 빨리 체결돼야 할 텐데라며 혼잣말을 되뇐다. 화의 기업이라 수출도 애를 먹는다. 얼마 전 정상기업이라면 별 문제없을 사소한 문제로 150만달러어치 수출 계약을 날렸다. 임 대표는 술을 즐긴다. 혼자 회사 주변 허름한 집을 찾아 동태탕을 안주로 소주를 마신다. 탕이 다 식어가도록 멍하니 텔레비전만 본다. 그가 마시는 술의 절반은 눈물이리라. (417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