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6년여 전 화장품대리점의 몰락을 예견했다. 효율이 떨어지는 낙후된 시스템으로는 유통의 흐름을 따라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당시 ‘씨’도 안 먹혔다.
복진석. 유통에 잔뼈가 굵은 현장의 사나이이다. ‘오르시아’ 브랜드를 코리아나에서 빌려 370개 전문점과 직거래하고 있다. 우선 그가 말하는 유통 형국을 경청하자.
“올 연초부터 지난 8월까지가 유통의 격변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저가 기세가 꺾이지 않고 브랜드숍 또한 막강한 잠재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 전문점은 선택의 기로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점주들이 새 브랜드를 쳐다 볼 여유가 있었겠냐고 반문한다. 진단은 면도날처럼 유통 현장 바닥의 껍질을 벗기고 있다.
“여름이 지나면서 전문점 휴 폐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대리점이 무너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전문점이 진화 또는 분화하고 있는 것을 잘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3~4년 뒤에 브랜드숍이 자리를 잡으면서 선진 유통이 정착될 것 같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유통은 생명체. 거대한 아메바처럼 소멸 생성 진화를 거듭한다. 전문점도 예외는 아니다. “개별 플레이를 하면 안 돼요. 뭔가 기댈 언덕을 찾아 공존의 비즈니스를 펼쳐야 합니다. 그리고 업체와 쌍방향으로 대화를 해야 합니다.” 기댈 언덕이란 일부 화장품 유통단체 같은 조직적 공동체를 말한다. 힘을 공유하되 장사꾼 집단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제조업체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복 대표는 업체 사장인지 전문점 대변인인지 헷갈린다. 그러나 복 대표가 전국화장품전문점협회 산파역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복 대표의 유통 역사는 코리아나 유상옥 회장과의 인연과 함께한다. 정확히 85년 라피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르시아 브랜드도 유 회장을 졸라 따낸 것. 오르시아가 나온 지는 벌써 4년. 한때 채시라를 모델로 잘 나갔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메이크업 제품이 없어 올 여름내 고전했어요. 이제 큰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고비이자 또 기회입니다.”
어느 덧 햇살은 빌딩 문 앞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여름내 직각으로 꽂히던 햇살은 노을처럼 뜨겁게 산화한 것인가. 아 가을이다. (403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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