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장품유통협의회가 대한화장품도매협회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화용 초대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며 “이제는 도매상들이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낼 때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이 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모레가 도매 영업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유통은 유통에 맡기라는 뜻. 은근히 유통이 힘을 쓰는 시대임을 암시한다. “업체에서 도매상을 인정하면 도매상끼리도 덤핑 같은 것은 서로 견제하게 될 겁니다. 서로 자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인정받는 도매상을 위한 강력한 욕구를 보인다.
확실한 시장을 갖고 있는 것을 왜 일부러 모른척하면서 서자 취급을 하는가라는 반발 심리도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이 회장이 말하는 양성화 방안은 도매상에 대리점 코드를 부여해 달라는 것. 과거 한 업체가 도매상에 대리점 코드를 부여해 성공한 예를 들어 강조한다.
대부분 덤핑 장사로 시작된 국내 도매 시장 역사 20여 년. 지금 제대로 움직이는 도매상은 줄잡아 전국 100여 곳 정도. 도매상도 장사 안 되기는 마찬가지. 화장품 경기 침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제가 오래 전에 이미 미샤 같은 초저가 출현을 예고했어요.” 화장품 값이 오르면서 틀림없이 초저가 출현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아마 기존 시판 시장에서 8천억 이상 뺏어 갔을 겁니다.” 신규 수요 창출보다는 전문점 고객을 대부분 몰아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업체들의 움직임에도 예민하다. “아마 상위 5위를 벗어나는 업체는 서둘러 살 길을 찾아야 할 겁니다.” 이같은 진단은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것. 바로 7~8년전 일부 중간급 업체들이 제품을 턱없이 비싸게 팔려다 결국 브랜드 힘이 없어 밀려 영업도 망치고 제품 이미지마저 망쳐버린 현장을 너무나 잘 안다. 이 회장은 ‘야바위 영업’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결국 업체들이 유통을 흐려놓고 마치 도매상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행태에 일침을 가한다.
도매상은 유통 특성상 안면장사라고 한다. 낯을 가린다고 할까. 그래서 회원 단합이 쉽지 않음을 인정한다. 이 회장은 모든 회원을 참여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 회장은 화장품 관련 어떤 공식 단체로부터 호의적인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 대화에 목이 말라 있는 것 같았다. “업체 영업 간부조차 도매 기능은 물론 유통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이 회장은 한마디 덧붙인다. “제너럴일렉트릭도 월마트의 한 납품업자일 뿐입니다.” (401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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