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큰 결단이었죠. 대충 팔수도 있었지만 점주들의 얼굴을 어떻게 다시 볼 수 있겠습니까.” 아란화장품 김도형 대표는 3년 전 여름을 기억했다.
가방에 화장품 세트를 넣고 홍보 겸 시장 개척 삼아 무조건 전문점을 찾아 다녔다. 반겨주는 이 없는 말 그대로 정처없는 발길. 디자이너 출신의 김 대표는 문전박대 속에 유통을 배우며 장업계에 빠져든다. 땡볕 속에 배운 것 하나, 브랜드였다. “아란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야 이 고생 안 할 텐데.”
김 대표는 지난주 초 기분 좋게 제주도에 다녀왔다. 꿈에 그리던 아란 연구소를 세우고 아란의 업그레이드를 다짐했다. “중소기업이 살 길은 연구개발뿐입니다. 유통만 생각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이런 생각은 아란의 주력 한방화장품에 대한 철학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무엇보다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한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방도 결국 전세계적인 추세인 자연주의의 한국판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김 대표의 한방에 대한 관심은 자연주의로 모아진다. 제주 연구소의 방향을 짐작케 한다.
브랜드와 연구개발은 아란의 두 바퀴다. 그 연결 축쯤에 영업이 있다. 그러나 지역별 맞춤영업이다. 잘 팔리는 제품의 하나인 재생크림이 특히 바닷가 지역에서 호조다. 부산 경남 인천 등지에서 유독 잘 팔린다. 아마 바닷바람과 관련 있지 않나 하는 분석 속에 마케팅에 차별을 둔다.
또 로션은 서울 경기에서 매출 실적이 좋다. 이러한 데이터는 끊임없는 점주들과의 접촉에서 얻어낸 값진 것이다. 따라서 아란엔 특별히 정해진 영업정책이 없다. 지역 특성을 배려하고 융통성 있게 추진할 뿐이다.
창업 3년, 본격 성장기에 들어설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제 꿈은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디자인을 중시하죠. 한국에도 CDO가 나올 때가 됐습니다.” 역시 디자이너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로 가는 길을 제대로 알고 있다. 다만 아직 아란의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지 못해 고민이다. 거래 전문점의 확산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다. 소비자에게 충분히 노출될 만큼 늘리는 것이 일차 목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이벤트 중의 하나가 ‘아란씨를 찾습니다’이다. 회사 이름과 같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을 벌일 모양이다. 그러나 이벤트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 38세 양띠 노총각 김 대표. 평생을 함께할 ‘아란’씨는 어디 있나요. (393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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