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처럼 지난해는 푹 쉬었다. 안식년으로 여기고 해외 여행도 다니며 머리도 식히는 등 재충전한 시간이었다. 하긴 지난 20년은 그녀에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듯한 역정이었다.
민영희는 80년대 중반 한국 최초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여성 매니저로 영입된다. 직원을 데리고 하루 40질을 파는 기록을 세우는 등 그녀 말대로 날개를 달았다. 잘 나가던 차에 수입화장품 업체에서 월급사장 제의가 들어왔다.
화장품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당시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를 순식간에 팔아 치우는 영업수완을 보였다. 백과사전 세일즈에 비하면 화장품은 누워 떡먹기. 마치 모래 주머니를 달고 산악훈련하던 선수가 조깅화를 신고 아스팔트를 달리는 셈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거저 된 것은 아니다. 민영희는 당시 화장품 관련 책을 구할 수 없어 영어 일어 독일어 원서를 뒤적이며 화장품 공부를 했다. 이러한 이론과 실제가 겸비한 민영희는 귀중한 한 가지를 깨우쳤다. 화장품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것, 이미지를 주는 것이라는 것을.
이것이 지금의 메나도의 밑거름이 되고 현재의 민영희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래서 “메나도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혼을 판다”고 강조한다.
전문점 점주들이 타사 제품을 권해 팔아도 소비자가 다시 찾는 몇 안 되는 제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 번 고객은 마니아가 된다는 것. 따라서 제품 리뉴얼도 별로 없는 편.
뷰네 허브마스크 슈퍼코락스 등은 10년 넘게 사랑받는 품목이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이처럼 장수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500개 가까운 거래 전문점은 전국에 고루 퍼져 있다.
수입 브랜드치고는 전라도 지역에서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대리점이 공백인 일부 지역은 직거래를 하고 있으며 아예 직거래 혼용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메나도 브랜드 자체가 고급입니다. 명품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고 백화점 브랜드보다 더 좋은 전문점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또 차별화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이 무엇인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어떠해야 하는가도 강조한다.
“남자와 사우나 가는 것 빼곤 다 잘 어울립니다.” ‘휴식 끝’을 선언한 민 전무, 그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378호 38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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