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규 대표이사

[주간코스메틱 이동미 기자] 세계 화장품 시장의 메카인 프랑스가 연일 한국화장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K-Beauty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는 해외진출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2009년부터 뚝심있게 유럽 천연화장품 편집숍‘일 나뚜랄레’로 한국 고객들과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장원규 대표이사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싹수가 파란 장사꾼이었다. 대학입시 시험을 마치고 합격소식을 기다리던 19살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귤 장사를 시작했다. 학생이었기 때문에 장사에 하루를 온전히 투자할 수 없었던 그는 어머니들 보다 퇴근길 아버지들이 주 소비층이란 데 착안해 버스정류장 골목에서 늦은 오후부터 귤을 팔기 시작했다.

마진은 45%, 하루 6상자를 모두 팔았고 과일을 떼러 갔던 새벽 경동시장에는 젊은 청년이 장사수완이 좋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겨울방학엔 귤을, 여름방학엔 수박을 팔았다. 수박은 아침 식사 후 어머니들이 과일을 사러 나온다고 생각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택가 골목을 누볐다. 동네에 유명인사가 됐던 수박 청년의 손수레는 항상 오후 4시가 넘기 전에 비워졌다.

방학 때만 하던 장사가 아쉬웠던 장원규 대표이사의 눈에 우연히 화장품 판매사원 모집광고가 들어온다. 학교에 다니면서 방문판매를 하겠다는 그를 평범치 않게 본 화장품 사장은 그를 믿고 간단한 교육과 함께 일을 맡겼다.

“생각해보면 어릴적 방물을 팔았던 할머니와 그때 대학에서 화장품을 직접 팔아본 경험이 지금 화장품 사업을 하게된 인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업가라기보단 천상 ‘장돌뱅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7년 정도 일한 후엔 꼭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장원규 대표이사는 삼성물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무역 분야의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그가 다짐했던 7년이 꼭 되는 해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을 그만뒀다.

1994년 아람코퍼레이션을 창립한 그는 유럽, 미주, 중동 등과 무역사업을 전개하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거래처에서 두바이로 오길 권유했고 두말 않고 두바이로 날아가게 된다. 업체에서 부탁한 일은 섬유원단 사업. 관련 분야에 눈이 밝았던 그에게 순조로운 사업의 시작이 되는가 싶었지만 북한에 공장을 두고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엉성한 납품체계와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 이해할 수 없는 규제로 크게 실패했다.

“2007년도 즈음엔 정말 회사가 망가질 정도로 희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고 저에게 투자한 사람들과 가족들이 소중했습니다.”

그는 다시 일어섰고 이탈리아 천연화장품 엘보라리오 제품에 반해 무작정 이탈리아 대표를 만나러 갔다. 처음엔 거절하던 이탈리아 대표도 삼고초려 끝에 장원규 대표이사와 만났고 끝내 사업이 성사됐다.

일 나뚜랄레는 한국에서 천연제품을 판매하는 최초 매장이다. 주력 제품으로 꽃과 약초로 만든 이탈리아 대표천연 화장품인 엘보라리오를 전면에 두고 4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장원규 대표이사는 최우선은 점주들의 이익이기 때문에 온라인몰에서 구매가 이뤄져도 구매고객의 지역 점주에게 주문을 돌려 오프라인 매장의 효과적인 주문과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가격입니다. 제품력에 비해 낮은 가격임에는 분명하지만 역시 대중적이라고 보긴 어렵죠. 온라인몰이 더 활성화되고 시기적절할 때 본사에 계속해서 제안할 계획입니다. 가격 조정에 성공한다면 일 나뚜랄레의 성장은 가히 상상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시각이 한국 화장품에 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 브랜드가 국내에 자리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련을 딛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지 22년째를 맞고 있는 아람코퍼레이션은 매년 마라톤 완주를 하고 기록 단축에 도전하고 있는 장원규 대표이사처럼 어제보다 오늘 언제나 약진한다.

이동미 기자  east@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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