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은 인터코스의 기업철학

한국은 적극적이고 여러 면에서 이탈리아와 유사해

▲ 인터코스그룹 창업주 다리오 페라리(Dario Ferrari) 회장

[주간코스메틱 김유진 기자]1972년. 30세의 이탈리아 청년은 야심차게 조그만 화장품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그리고 그는 머지않아 세계 최고의 명품 화장품을 생산하는 장인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꿈을 키웠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샤넬, 랑콤, 디올, 맥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화장품 OEM 회사로 성장시켰다. 바로 인터코스그룹의 창업주 '다리오 페라리(Dario Ferrari) 회장이다.

지난 13일 판교 인터코스코리아 사무실에서 페라리 회장을 만났다.

그는 73세의 나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젊고 세련된 꽃중년의 모습이었다. 파란 줄무늬 셔츠, 감색 재킷, 검정색 뿔테를 착용한 페라리 회장. 겉모습 못지않게 생각도 젊고 열정적이었다.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그는 아이패드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노베이션(Innovation)’, ‘커스터머(Customer)’를 연신 강조한다.

인터코스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기업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에 혁신을 거듭하며 뼈를 깎는 노력과 열정을 기울여 오늘날 인터코스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인터코스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페라리 회장만의 특별한 경영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혁신적인 기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리얼 이노베이션(Real Innovation)’ 만이 인터코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자산이라고 자부한다. 첫째도 둘째도 이노베이션을 강조한다. 새로운 제품과 컨셉을 위해서 무엇보다 ‘리얼 이노베이션'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이다.

이노베이션은 3가지 영역에서 나온다.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을 빨리 따라하기 △신기술, 장비, 원자재 등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이노베이션 △미래를 함께하는 인적 네트워크다.

더구나 인터코스의 강점이자, 주력 품목은 세계 최고수준의 컬러 코스메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제형기술과 컬러 트렌드 노하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무나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파우더, 립스틱, 네일 등 각 품목별로 각기 다른 원자재와 기술인력, 설비들이 투입돼야 한다.

이노베이션은 문화와 비즈니스의 한 방식

페라리 회장은 “이노베이션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문화의 한 부분이며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큰 것, 작은 것, 용기 이노베이션, 가격을 낮추는 것도 이노베이션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아시아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 잡기를 원하고 있다. 그만의 독창적인 비전을 가지고 말이다. 아시아인들이 더 나은 가치와 더 나은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그는 분명히 알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구에 맞춰 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페라리 회장은 1978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 때만 해도 한국에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한국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사회문화적으로 한국은 이탈리아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부터 피에르가르뎅을 갖고 있던 한국화장품과 함께 일을 했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코스맥스와 일했다. 이런 점에서는 그는 한국과는 항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에 인터코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오픈한 이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은 매우 적극적이고 열려 있으며 크리에이티브한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 비즈니스의 시작점으로 좋은 곳”이라며 “여러 면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은 유사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코스의 이노베이션은 이탈리아 DNA와 문화에는 자연스럽게 녹아 있지만 아시아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탈리아에서는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 와서 한국의 소비자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해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이에 따라 인터코스는 현지화를 통해 세계시장 변화의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한국에 거점을 마련 한 셈이다.

한국은 아시아 현지화 전략의 거점 역할 할 것

유럽의 경우 나라도 많은 데다 언어도 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트렌드도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특성상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점점 지역적인 특색을 보이고 있는 추세라 이노베이션하기가 쉽지 않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시아 국가의 글로벌 회사들을 밀어내고 판매량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페라리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 시장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인터코스는 한국에 배우러왔다고 말한다. 각 지역의 다양한 요구와 특색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은 과거 이탈리아처럼 ‘스피드를 중시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그것이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거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만 한국에 문화를 배우러 왔지 한국 시장을 위한 제품만을 생산하러 온 목적은 아니라”고 하면서 “경쟁사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인터코스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인터코스는 새로운 기술이 접목될 수 있는 분야와 시장에서의 요구가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것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특히 그는 한국시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해 글로벌로 가겠다는 포부다.

▲ 인터코스 글로벌 성장 추이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인터코스그룹은 유럽(5개사), 북미(2개사), 남미(1개사), 아시아(4개사) 등 8개국에 12개 지사와 아시아, 유럽, 북미 등 10개국에 12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코스그룹은 현재 샤넬, 랑콤, 에스티로더, 맥, 디올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등 300여개사의 제품을 연구개발 및 생산 공급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toyoujin@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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