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8일 전직 롯데홈쇼핑 영업본부장 신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업본부장 시절 납품업체 2곳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앞서 검찰은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 4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그룹의 얼굴 격인 백화점 현직 대표 역시 롯데홈쇼핑 대표 시절 횡령액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수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홈쇼핑뿐 아니라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 등 전반적인 대형 유통채널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갑의 횡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뿐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53개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를 상대로 지난해 4∼10월 유통분야 서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 업체 1,761개 중 18.5% 수준인 325명이 대형 유통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건 이상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납품업체들이 겪고 있는 불공정 거래 행위 유형으로는 △서면미약정 행위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부당반품 △판촉 비용전가 행위 등이 높은 빈도로 응답됐다.

백화점의 경우 납품업체 478개 가운데 112개(23.4%)가 백화점으로부터 법 위반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대형마트는 납품업체 589개 중 109개(18.5%)가 불공정 거래 행위를 겪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들은 물류비·판촉행사비 등 추가 비용부담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5개 납품업자는 대형마트 등에 매입액 대비 일정비율을 지급하는 물류비 부담이 부당하고, 그 수준도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15개 납품업자는 전년대비 판매부진 등 사유로 매출 강요 및 잦은 판촉행사 요구에 따른 판촉비용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TV홈쇼핑의 경우 납품업체 106개 중 17개(16.04%)가 불공정 거래 행위를 경험한 가운데, 홈쇼핑 측이 수량을 임의로 정해 선 제작을 요구(구두발주)하고 일부를 판매한 뒤 자신이 설정한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나머지 수량의 방송을 취소 및 거부하는 경우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인터넷쇼핑몰은 납품업체 215개 중 21개(9.77%)가 판매장려금 서면 미약정 및 약정 항목 누락, 부당반품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경쟁 쇼핑몰 대비 최저가의 납품가격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형 유통업체의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에 대해 제조판매 업계는 불공정 거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제품 노출이 매출로 직결되는 이상 유통사와 납품업체 간 '갑을 관계'는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같은 문제가 납품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성 있는 제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보라 기자  bora@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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