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답답한 심경입니다"

화장품법 '피부과' 표시 규제 조항 때문에 피부과에서 파생된 화장품 회사, 일명 코스메슈티컬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피부과 표기를 무조건 금지하기 보다는 '피부과 화장품' 진위를 가리기 위한 실증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현행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2조(표시·광고의 범위 등)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의료기관·연구기관 또는 그 밖의 자가 이를 지정·공인·추천·지도·연구·개발 또는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나 이를 암시하는 등의 표시·광고는 금지된다.

즉 그 동안 코스메슈티컬 업체들이 사용해 온 '피부과 의사가 연구 개발한' 등의 문구를 사용할 경우 위법으로 간주되는 것. 이를 어길 시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로 간주돼 광고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에 코스메슈티컬 업체들은 '콘셉트' 차원에서 피부과 문구를 활용하는 업체를 단속하고자 한 해당 규제로 인해 '선량한' 피부과 화장품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피부과 용어 악용 업체를 단속하는 동시에 진짜 피부과 전문의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업체의 경우 실증제를 통해 그 특이성을 인정하고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내 대표 코스메슈티컬 업체는 A사 대표는 "피부과 용어를 너무 남용해서 정부가 관리하기 힘든 부분도 이해한다. 하지만 법이 현실과 모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사실을 규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가 있다면 피부과 표기를 쓸 수 있는 예외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B사 마케팅 담당자 역시 "해외 수출 시 '피부과 화장품'이라는 문구는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는데, 국내법이 이를 막고 있어 수출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K코스메틱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라도 관련 법안의 실증제 도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대부분은 수출 비중이 30~50% 수준으로 높은 실정이다. 이들 업체가 광고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해외에서 제품력과 이미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염보라 기자  bora@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