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가을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메이커는 지난 여름 비수기의 피해를 회복하려는 듯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돌입한 상태. 전문점도 이에 맞춰 신제품 위주로 매장 진열을 바꾸고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신제품이 대량 출시되면서 전문점에 또다시 부실재고가 쌓이고 있다. 지난 여름 비수기 때 미처 판매하지 못했던 제품들이 가을 신제품에 밀려 창고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제품들은 대리점에서 반품을 거부하고 있어 고스란히 재고로 남을 지경에 처해 있다. 이대 상권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P사장은 “가을 문턱에 접어들면서 기초 위주로 신제품이 움직이고 있지만, 기존에 판매하던 브랜드는 그대로 재고로 남아있다”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재고량도 따라서 늘어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품을 받고 있는 메이커의 경우에도 반품 금액 상한선이 책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전문점 입장에서는 이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본사에서 제한적으로 반품을 받는 만큼 대리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리점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점 입장에서 무조건 반품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부실재고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20∼30대 직장인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상권일수록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입구의 경우 공공기관과 회사가 많아 직장인 고객층이 두터운 편. 직장인 고객은 신제품 정보가 빠르고 브랜드 인지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카운슬링 보다는 대중 매체 광고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제품별 특성을 따져보고 신중한 구매를 하기 때문에 권매가 어렵고 카운슬링에 있어서도 수동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다고 점주들은 주장한다. 정보가 빨라 가끔씩은 신제품을 입점시키기도 전에 찾아오기도 한다고.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 타깃 전문점의 경우 브랜드 파워가 있는 제품군 위주로 구색을 갖추고 있으며 신제품 판매도 빠른 편. 하지만 권매를 통한 재고처리가 어렵고 신제품 판매의 비중이 높아 전문점 입장에서는 재고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주요 브랜드의 구색은 다 갖추고 있지만 수량은 최대한 줄입니다. 재고를 낮추기 위해서죠. 고객들이 신제품 위주로 구입을 하다보니 이렇게 운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대 상권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K사장의 말이다. 한편, 이런 현상은 신촌, 을지로, 강남 등 직장인 대상 전문점의 경우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통 전문가들은 “메이커의 신제품 출시로 인한 재고는 어쩔 수 없지만, 꾸준한 매장관리로 재고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가 안 좋을 때일 수록 부실재고를 줄이고 제품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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