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과 대리점의 공급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도매상이 활개를 치면서 경영난과 전문점주의 불평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대리점들이 도매상가와 유사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중대형 전문점의 경우 굳이 도매상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도매상가로 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현실. 과거처럼 도매상을 선호하는 현상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대리점과 도매상의 공급가 차이는 약 3% 정도다. 하지만 시공품과 판촉물, 반품 등의 조건을 합하면 대리점을 통한 지역거래가 오히려 유리하다고 중대형 전문점주들은 입을 모은다. “도매상에는 반품이 제대로 되지 않아요. 물론 일부 도매상은 반품 약속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50% 이상 반품하기가 어렵죠. 시공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거래를 하면 회사의 공식적은 시공품이 제공되지만 도매상은 그렇지 못하죠. 요즘은 지역 거래가 가격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나아요.” 화양리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J 사장의 말이다. 이와 함께 전문점주들이 지역 대리점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제품의 구색 부분. 도매상에는 일부 품목만 진열돼 있기 때문에 급하게 제품을 구입할 경우 난처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메이커의 전 라인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거래를 회피한다는 설명이다. 세무관계 또한 대리점 거래를 선호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카드 매출이 오르고 무자료 거래가 줄어들면서 지역 대리점을 통해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사당동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H사장은 “세금이 30∼40% 정도 늘어났다”며 “세무관계가 이미 다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는 굳이 위험하게 도매상을 통해 무자료거래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도매상 거래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공제 등 카드 혜택이 늘어남에 따라 카드 이용 고객이 확대되면서 전 전문점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도매상은 요즘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대리점에서 전문점 공급가를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시공품과 반품, 카드 고객 등의 이유로 전문점에서 도매상 거래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형 전문점의 경우 아직 도매상 거래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P사장은 “대리점에 공급가를 도매상가로 맞춰 달라는 요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도매상 거래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물량이 적어 그것도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대리점에서도 메이커에서 펴고 있는 덤정책 등의 이유로 대형전문점과 거래시 도매상가로 공급하고 있지만, 소형 전문점의 경우 마진이 없어 거래가 어려운 것이 현실. 시판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대리점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형 전문점을 대상으로 할인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소형 전문점까지 할인을 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통전문가들은 “생존에 위기를 느끼는 지역 대리점들이 공급가를 낮추면 도매상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유통 발전을 저해하는 도매상의 활동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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